끝나지 않은 `사파이어 잉곳` 구조조정

국내 사파이어 잉곳 업계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해 대기업·중견기업이 장밋빛 발광다이오드(LED) 시장 전망에 핵심 소재인 사파이어 잉곳에도 잇단 진출했지만 이제는 남은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OCI가 사파이어 잉곳 사업 진출 5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OCI는 2011년 전북 완주에 사파이어 잉곳 공장을 설립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5년까지 시장점유율 20%, 글로벌 톱3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았다. 적자를 지속했고, 결국 사업 중단에 이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OCI가 지난해 초부터 사실상 생산을 중단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파이어 잉곳은 고순도 알루미나를 녹여 만든 덩어리(잉곳)다. 잉곳을 가공해 웨이퍼를 만들고, LED칩을 만드는 데 웨이퍼를 쓴다.

알루미나를 녹여 만든 사파이어 잉곳 모습. 잉곳을 가공해 웨이퍼를 만들고, 웨이퍼로 LED칩을 제조한다.
알루미나를 녹여 만든 사파이어 잉곳 모습. 잉곳을 가공해 웨이퍼를 만들고, 웨이퍼로 LED칩을 제조한다.

LED 핵심 소재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눈독을 들여 2010년 잇따라 사업화를 추진했다. 대기업은 LED 수직계열화를 위해, 중견기업은 성장성에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5년여가 지난 현재 다수 기업이 철수했다. 실제로 삼성은 2011년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대구에 사파이어 잉곳과 웨이퍼 합작법인(SSLM)을 설립했지만 2013년 지분을 정리했다. 2011년 동국제강이 인수한 DK아즈텍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LG실트론은 2014년 사파이어 잉곳 사업을 매물로 내놨다.

웨이퍼로 쓸 수 있게 다듬은 사파이어 잉곳 모습.
웨이퍼로 쓸 수 있게 다듬은 사파이어 잉곳 모습.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경쟁이 심화했고, 수요처인 LED 웨이퍼와 칩 시장도 성장이 주춤하면서 사파이어 잉곳 업계를 압박한 결과다. 사파이어 잉곳은 수율 확보와 양산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것도 실패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OCI의 이번 사업 철수는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시황 악화의 연장선에 서 있다.

문제는 다수 기업 철수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등을 기대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방 산업인 LED업계도 공급 과잉으로 심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어 사파이어 잉곳 업계 시계가 밝지 않다. 때문에 사파이어 잉곳 업계 구조조정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잉곳 업계 관계자는 “시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언제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 예상하기 힘들다”면서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 커버와 같이 사파이어 소재의 새로운 응용 분야가 발굴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