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유가에 익숙한 우리 경제는 적응 서두를 때

원유 공급과잉으로 유가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희망적인 소식이 잇달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베네수엘라,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이 ‘원유생산 동결’에 의견을 모았다. 또 이란이 산유량 동결 합의를 지지한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30달러대를 회복했다.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은 원유생산 동결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란은 하루 산유량이 290만배럴로 2012년 경제 제재 이전인 400만 배럴을 목표로 삼았고, 하루 수출량도 200만배럴까지 늘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란이 산유량 동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산유량 연쇄 동결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산유국간 이번 동결 합의는 파급력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은 지난달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을 28만배럴 늘렸다. 전체 생산량은 역대 최고치인 하루 3260만배럴이다. 러시아도 소련 붕괴 이후 최대치를 생산하고 있어 1월 수준 동결로는 공급과잉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 생산량 제한 협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가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시장에서 여전히 하루 170만배럴이 초과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결합의는 당장 유가 회복을 견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감산 없이는 유가 회복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역(逆)오일쇼크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유가 회복이 된다고 당장 좋아질 상황은 아니다. 유가 회복보다는 예측 가능한 시장질서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길고 긴 고유가 시대를 경험했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구조다 보니 경제 체질을 고유가에 맞춰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원유가격 속락은 적응하기 어려운 리스크로 다가와 역오일쇼크를 경험하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여름까지 35~40달러 사이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유가에 익숙한 우리 경제는 지금 ‘불확실성’이라는 낯선 시장상황에 적응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