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국산 애니메이션과 관련해 반가운 소식이 날라 왔다. 미국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대규모로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문화부와 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북미 최대 애니메이션 마켓 ‘2016 키즈 스크린 서밋’에서 한국공동관을 운영해 1000만 달러 규모의 국산 애니메이션 수출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탁툰엔터프라이즈 등 국내업체는 미국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과 배급사인 프레더레이터네트웍스 등과 북미 온라인 전송권과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뉴미디어를 통해 북미 시장 방영도 추진한다.
국산 애니 수출은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유력 바이어 관심을 끌고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 등 전통 매체 외에 넷플릭스, 아마존, 유튜브 등 온라인 미디어 전송권 판매가 활발해졌고 공동 제작과 라이선싱 수출 등 거래 유형도 다변화된 점도 큰 성과다. 경쟁력 있는 국산 콘텐츠를 발굴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만이 콘텐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정부 정책이 잘되고 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수출에 가려 산업계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애니메이션 업계는 여전히 엄동설한이다. 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하지만 월급을 주지 못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자금상황이 좋지 않아 중국에 기업을 넘기는 곳까지 나왔다. 이 틈을 타서 중국 자본은 경쟁력 있는 국내기업을 인수하기에 혈안이다. 이미 ‘넛잡’ 제작사로 잘 알려진 레드로버는 중국 가전유통업체 쑤닝유니버설 그룹에 인수됐고, 중국 대형 장난감기업 알파그룹이 RG애니메이션스튜디오의 ‘빼꼼’ 지적재산권을 샀다.
수출 지원책도 중요하지만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자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제일 먼저 제작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방영권료를 높여서 콘텐츠 경쟁력을 인정해 줘야 한다. 아직도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인 업계 상황을 감안해 상표권 등록에서 저작권 문제까지 비즈니스를 위해 기본 인프라를 갖춰줘야 한다.
강병준 통신방송부 데스크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