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철원, 원천소재 개발에서 답 찾다

김성인 철원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장
김성인 철원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장

강원도 철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다. 아직 대부분의 산업이 농축산업이다. 첨단 제조업은 하나도 없다. 철원플라즈마연구원은 이런 지역에 첨단 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2006년 국비 약 300억원을 투입해 설립했다.

특정 지역에 산업을 새로 육성하기 위해 지역에 연구원 중심으로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을 유치해 산업단지를 이루는 것이 우리나라 지역산업 육성 정책이다.

철원은 국비 300억원과 지방비 10억원 이상을 투입했음에도 첨단산업 유치가 어렵다. 우선 교통이 좋지 않다. 인근에 있는 포천과 비교해도 물류 운송비가 두 배나 많이 든다. 전문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 지역에 대학도 없다. 첨단제조업을 하려는 기업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 환경이다.

이런 곳에 기업을 유치해 산업기지를 만들려면 모든 어려움을 뛰어 넘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만약 철원에 금광이 발견됐다면 기업은 광부에게 출퇴근 버스를 제공해서라도 사업을 할 것이다. 금과 같은 가치 있는 첨단 소재를 개발해 철원에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사업권을 제공하면 된다.

예를 들어 2010년 그래핀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개발됐다. 개발자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끈 소재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연구개발(R&D)이 진행됐다. 그래핀은 그라파이트(흑연)의 일종으로, 여섯 겹으로 이뤄진 그라파이트의 1개 원자 층을 그래핀이라고 한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강하고 구리보다 전기가 잘 통하는 등 엄청난 성질을 지녔다. 많은 사람이 세상을 바꿀 소재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산업에는 활발하게 쓰이지 않고 있다. 그래핀이 다른 물질과 잘 섞이지 않는 등 성질이 복합소재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철원플라즈마연구원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고온 플라즈마를 이용해 그래핀 소재를 잘 섞이는 그래핀으로 변형시키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원들과 R&D에 매진한 결과 ‘나노-메탈-그래핀-융합체’라는 원천 소재를 개발했다.

나노메탈그래핀융합체는 그래파이트 표면에 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메탈을 융착한 소재다. 그래핀이 잘 섞이지 않는 이유는 표면이 다른 물질과 결합하지 않는 성질 때문이다. 하지만 표면에 나노 메탈을 융착하면 반응기가 생겨 잘 섞이게 된다. 원천물질 특허도 받았다. 나노메탈그래핀융합체는 바로 이 시대의 금광이다.

원천 소재의 힘은 다른 여러 분야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소재로 열전도 시트, 전자기 차폐 시트, 촉매제, 이차전지 소재, 사출용 복합소재 등을 만들 수 있다. 다른 분야로의 기술 이전도 쉽다.

아모그린텍은 이 원천 소재를 기반으로 사출용 복합소재를 개발했다. 현재 열전도를 30W/mK 수준까지 상용화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약 30톤 규모의 초기 복합소재 생산라인을 철원에 구축했다. 올해는 철원 동송산업단지에 5000평 규모의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소재 기업인 창성도 이 소재를 활용, 이차전지 소재를 개발했다. 올해 철원에 100톤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철원과 같은 산업 불모지에도 새로운 원천 소재를 이용, 중견기업 유치와 산업 육성을 할 수 있게 됐다. 원천 소재는 엄청난 산업 파괴력을 지닌다. 대한민국이 부품소재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원천 소재 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원천 소재는 새로운 금광이다.

김성인 철원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 원장 skim@cp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