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한 호텔에서 진행한 LG G5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 회사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은 밝게 웃으면서도 긴장된 표정이었다.
조 사장은 “G5를 공개하며 반응이 궁금했는데 언론이 좋게 봐준 것 같아 고맙다”며 “단순 기능으론 안 되고 고객에게 독특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독특한 가치’란 지난 21일 언팩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G5의 모듈디자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달리 표현하면 ‘재미’다. 스마트폰 하단을 분리해 다른 모듈을 갈아 끼우게 만든 이 디자인은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는다. 하드웨어 혁신이 끝났다고 모두가 믿는 지점에서 그것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LG전자 휴대폰 사업이 반전 계기를 잡았다는 의미도 숨어있다.
LG가 처음부터 모듈 방식을 생각한 건 아니다. 처음엔 그저 일체형 디자인과 배터리 탈착식을 조화시키려고 했다. 일체형 메탈 몸체는 분리가 어려우니 밑을 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여기서 더 욕심을 냈다. 배터리도 갈아 끼우는데, 다른 모듈도 끼울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무엇을 끼우게 할 것인가’였다. 마지막에 찾은 것이 재미다.
조 사장은 “LG 모바일 고객가치를 ‘재미’로 했다”며 “삶 속의 작은 모험을 찾는 사람에게 가치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언팩행사에서 공개한 모듈(LG 프렌즈)은 모두 8개다. 카메라 그립(캠 플러스)·오디오(하이파이 플러스)·가상현실 기기(360VR)·360도 카메라(360 캠) 등이다. 스마트폰 기능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다. LG는 모듈 만드는 법을 공개할 방침이다. 누구나 G5에 조립하는 모듈을 만들 수 있다. 조만간 개발자회의를 연다. 파트너가 좋은 모듈을 만들면 서로 이익이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생태계를 만들면 베끼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모듈 형태, 제품 한 두 개를 베끼는 것이야 금방 하겠지만, 광범위한 생태계가 구성된 뒤에는 이미 단기간에 따라잡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그룹에는 가전 TV 멀티미디어 부품 계열사가 포진해 있다. 하드웨어 모듈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며 “우리만의 독특한 가치를 여러 해 발전시키다보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출시는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원가상승 압력이 심하지만 최대한 절감하겠다고 했다. 당장 몇 대 파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고객에게 진짜 재미를 주면서 열광(팬덤)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2분기 흑자전환도 기대했다.
VR 시장 활성화에 대해서는 “400g 이상 올라간 헤드세트 무게가 60~70g까지는 내려와야 한다”며 “전송속도 지연에 따른 어지러움증 문제도 해결되고 있어 VR이 실생활까지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