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6]모바일 패러다임, ‘성능’에서 ‘가치’ 중심으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이 25일(현지시각) 4일간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MWC2016은 모바일 산업 패러다임이 더 이상 ‘성능’이 아닌 사용자를 위한 ‘가치’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성능 경쟁에서 벗어나 사용자 삶의 즐거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역시 단순한 기술 개발과 속도 경쟁을 넘어 실제 생활에 유용하게 접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다.

주연에서 조연으로 올라선 가상현실(AR)은 모바일과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해 우리 삶에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외에도 확산일로를 걷는 사물인터넷(IoT)과 핀테크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삶의 편리함을 높이는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스마트폰, 삶의 즐거움을 더하다=MWC 2016 최대 관심사는 개막 하루 전 공개된 전략 스마트폰 ‘G5’와 ‘갤럭시S7’이었다. 국내 대표 제조사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같은 날 연이어 플래그십 모델을 발표하면서 행사 분위기를 달궜다.

갤럭시S7과 G5는 외형과 기능 면에서 다른 점이 많지만 지향하는 바는 같았다. 갤럭시S7은 카메라 기능을 개선했고, 게임 특화 기능을 탑재했다. G5는 다양한 디바이스(프렌즈)와 결합하는 모듈 방식을 채택했고, 후면 듀얼 카메라를 장착해 사진찍는 즐거움을 더했다.

두 제조사 모두 성능 개선보다 사용자가 일상 생활에서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을 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선 하드웨어 성능을 더 높이는 것보다 사용자 경험(UX) 등 가치 제고에 집중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가상현실(VR)을 위한 360도 카메라를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갤럭시S7과 G5은 스마트폰의 진화 방향을 보여줬다. 한동안 차별화를 고심하던 제조사는 앞으로 출시될 스마트폰에 좀 더 고객 지향적이고 생활 밀착형인 서비스를 담을 것이 명확하다.

스마트폰의 종착지는 ‘손 안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만능 도구’다. MWC2016 주제인 ‘모바일은 모든 것(Mobile is everything)’과도 일맥상통한다. 향후 스마트폰 시장은 이처럼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기능과 서비스 개발, 그리고 가격대비성능(가성비)을 갖춘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로 이원화가 가속될 전망이다.

갤럭시S7
갤럭시S7

◇실생활 접목 5G 서비스 시연=MWC2015에서 초기 기술이 시연됐던 5G는 올해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행사장을 장식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제시한 8가지 5G 요구사항 중 속도 기준인 20Gbps 이상 속도가 시연됐다. 여러 제조사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모바일 엣지 컴퓨팅,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5G 구현을 위한 기술을 소개했다.

이 뿐만 아니라 통신업계는 MWC2016에서 5G 기술 접목이 가능한 실생활 서비스를 소개했다. 초다시점, 홀로그램을 비롯해 LTE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가 5G 시대에는 가능해진다.

대표적인 게 노키아가 선보인 5G 기반 차량 충돌방지 시연이다. 노키아는 ‘8’자 모양 도로에 모형 자율주행차 6대가 달리는 시연 부스를 마련했다. 8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도로에 6대 자동차가 빠른 속도가 달리면 도로가 겹치는 가운데 부분에서 충돌이 나기 십상이다.

이를 막기 위한 충돌방지 시스템에는 통신 전송지연을 지금의 20밀리초(0.02초)에서 2밀리초(0.002초)로 줄여주는 5G 통신기술이 필요하다. 시연에 적용된 전송지연 시간은 0.002초까지는 아니었지만 5G가 교통사고 예방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시연은 에릭슨이 선보인 장거리 협업 시스템이다. 에릭슨은 행사장과 스웨덴 스톡홀롬 공장의 로봇 팔이 동시에 움직이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시차가 거의 없이 동시에 협업을 할 수 있다. 5G를 산업에 적용해 의미 있는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례다.

노키아는 ‘8’자 모양 도로에 모형 자율주행차 6대가 달리는 시연 부스를 마련해 5G 기술 기반으로 충돌사고를 막는 시연을 진행했다.
노키아는 ‘8’자 모양 도로에 모형 자율주행차 6대가 달리는 시연 부스를 마련해 5G 기술 기반으로 충돌사고를 막는 시연을 진행했다.

◇주연으로 우뚝 선 가상현실=가상현실(VR)은 스마트폰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도 일부 제조사가 VR 헤드셋과 일부 서비스를 소개했지만 올해 반응에 비할 바는 아니다. MWC 2016 전시장 곳곳에서 VR가 최고 인기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특히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KT는 전시부스 내에 VR 체험 공간을 마련해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오랜 시간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발 디딜 틈 없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VR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은 VR이 모바일 서비스와 결합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단순한 즐거움뿐만이 아니다. 가상현실은 영화를 비롯해 스포츠와 방송, 의료, 국방, 교육, 건축,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돼 삶의 가치를 높일 것으로 주목받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VR가 5G 통신 시대 킬러 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VR가 더 실감나는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해야 한다. 스트리밍으로 VR 콘텐츠를 시청할 때는 빠른 전송속도가 더욱 절실하다. 이에 따라 5G 시대에 VR의 광범위한 확산이 예상된다.

SK텔레콤 부스에 마련된 체험존에서 VR을 시험 중인 고객
SK텔레콤 부스에 마련된 체험존에서 VR을 시험 중인 고객

◇핀테크·IoT 실제 서비스 증가=지난해 MWC의 화두였던 핀테크와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도 실생활에 접목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다양한 서비스가 소개됐다. 핀테크는 지급결제, 데이터 전송, 보안 등의 기술 중심 화두에서 실생활 서비스 확산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상황이다. 페이팔,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기업은 MWC 2016에서 핀테크 사업 확대를 시사했다.

IoT 분야에서는 아기 젖병, 전동칫솔 같은 생활용품부터 커넥티드카까지 실생활에 사용되는 서비스가 대거 공개됐다. 지난해 공개된 초기 서비스에서 발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 서비스가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화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MWC 2016에는 약 10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관람객에겐 모바일 시장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 기술을 미리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일본 스마트폰의 존재감이 미미했던 반면 중국 스마트폰의 완성도가 더 높아진 점은 MWC 2016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우리나라 IoT 중소기업 부스를 찾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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