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은행 고유 업무인 외환 이체업 등 해외 송금과 클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금융업의 진출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 기반 핀테크 업체와 기존의 금융권 경쟁이 본격화 일로에 놓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오는 2025년에 핀테크 기업이 은행 소매금융 수익 60%를 잠식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기존의 은행권이 현재 채널이나 서비스에만 머무르다가는 자칫 금융산업 주도권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패러다임 대변혁기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최근 전통의 금융회사 대표 격인 은행권이 핀테크 센터를 설립한다. IT기업과 함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도 보이고 있다.
LNH농협은행은 NH핀테크 오픈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했다. IBK기업은행도 은행 방문 없이 계좌 개설과 전자 금융 가입이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은행권이 비대면 채널 강화에도 집중한다. 우리은행은 홍채인증 자동화기기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 생체 인증 시대를 앞당겼다.
지방은행 역시 패러다임 변혁기를 절감하고 새로운 행보에 나섰다.
DGB대구은행은 핀테크 전문기업 웹케시와 손잡았다. 특화상품 개발과 비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 신규 서비스 공동사업 추진 등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BNK부산은행도 핀테크 역량을 강화하는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스마트 스크래핑’ 서비스를 론칭한 BNK부산은행 ‘썸뱅크(SUM BANK)’는 모바일 중금리 대출 시장 변화에 앞장섰다.
고객이 준비해야 하는 각종 증빙 및 신분확인 서류를 자동으로 수집, 타행 대비 업무 프로세스 간소화와 처리 속도 증진을 끌어냄으로써 고객 만족도와 업무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는 2004년 이래 비즈니스 정보 제공이라는 한 우물만 파면서 완성해 낸 자사 ‘스마트 스크래핑 솔루션(i-SAS 2.0)’을 도입, 추진했다.
핀테크 중심의 금융 패러다임 대변혁기에 선제 대응하는 은행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이음’이다. 혁신의 동력을 내부에서만 찾지 않고 외부와의 연결을 적극 도모하는 것이다.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서 은행만이 예외일 수 없다. 비금융 기업과 이음은 예상치 못한 영역에서 훨씬 잦은 빈도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와 사람, 사물은 이음의 주요 거점이자 핀테크의 원천 에너지다. 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권은 거점 중심으로 전 방위 연결을 도모해야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핀테크가 전통의 금융권에 위기 요소로 작용할지 제2의 도약기를 가져다줄지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패러다임 대변혁기에 앞서 이음에 대한 열린 인식이 생존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성을 쌓고 사는 자 반드시 망할 것이요,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칭기즈칸의 말은 큰 시사점을 준다.
그가 끊임없이 이동하며 대제국을 건설했듯이 패러다임 대변혁기를 맞이한 금융권에 필요한 것은 업종을 불문한 연대다.
김종현 쿠콘 대표 jhkim@coo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