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한국은 지리 배경이 비슷하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작은 규모 국가다.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도 유사점이 많다. 고령화를 비롯해 기후변화, 경제 지속 성장 등이다. 천연 자원이 적은 반도 국가로서 국제 통상과 인적 자원에 크게 의존하는 점도 닮았다. 주한 덴마크 대사로 부임한 이후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히 두 나라는 교육열이 높다. 덴마크는 창의력을 증진하는 교육 방법을 택했다. 사회의 행복한 창의성 있는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 능력이 기본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는 어릴 때부터 친구나 교사와 열린 토론을 요구한다. 비판·독립·창조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덴마크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정해진 답과 평가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정례화·표준화한 시험이 없다. 상당수 수업이 옳고 그른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토론과 조별 프로젝트를 포함한다.
덴마크 교육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의 다양한 흥미와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체 트랙이 많다는 것이다.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는 중학교 입학 전 학생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 기관이다. 성적보다는 각자의 개성과 창의력, 공동체 정신, 사회성, 인간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곧 한국에도 여기에서 영감을 받은 대안학교가 개교를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
덴마크 교육 시스템이 행복한 창의 인재를 기른다는 증거는 다양하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건축가 예른 웃손부터 세계 명성의 가구 디자이너 핀 율,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 덴마크 왕실이 후원하는 디자인상 인덱스 어워드 등 디자인은 덴마크 국민성의 일부분을 차지할뿐만 아니라 최대 수출품 가운데 하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랑을 받고 있는 장난감 레고와 로얄코펜하겐 식기, 뱅앤울룹슨은 이미 세계 유명 브랜드가 됐다.
그렇다고 덴마크 교육제도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65개국 가운데 5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좋은 국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효율 높은 교수법과 학업 성취도에 대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사실 덴마크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자유와 본인의 학업에 대한 책임감은 때때로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끈기와 인내심, 전념, 교사 권위 저하로도 이어질 수도 있어 한국이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은 학생의 관심 분야를 탐구해 잠재된 가능성을 개발할 수 있고,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교내 행복도를 높이는 한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덴마크나 한국 둘 다 완벽한 제도라 할 수 없지만 양국이 서로 배울 점은 많다.
두 나라가 가진 장점을 합친 사례로 덴마크 대사관 혁신센터(ICDK)와 그런포스, KAIST와 서울대가 함께 개최한 ‘2014 그런포스 학생 이노베이션 캠프’가 있다. 양국의 유수 대학 공대생을 모아 상업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기술과 비즈니스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도교수로부터 이론뿐만 아니라 기업 관계자로부터 혁신이자 창의 솔루션들을 내놓았다는 찬사를 들었다. 이들은 몸소 양국 교육문화가 일으키는 시너지가 더 높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렇듯 양국의 협력은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양국이 서로 장점은 배우고 부족한 점을 메꿔 준다면 산업이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토마스 레만 주한 덴마크 대사tholeh@um.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