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니콘의 카메라 100년 자존심 도쿄 `니콘 박물관`을 가다

니콘 100주년 박물관은 전반적으로 조명이 어두웠다. 카메라, 현미경, 반도체 설비기기 제품을 비추는 조명 덕분에 오히려 어둠과 빛이 조화를 이뤄 개별 제품이 한눈에 잘 들어왔다.

일본 도쿄 시나가와 중심부 니콘 본사 1층에 자리 잡은 니콘 100주년 기념관은 개관이 4개월밖에 안됐지만 2만명 이상이 찾아왔다. ‘카메라 마니아’ 사이에선 꼭 한번 가고 싶은 ‘버킷리스트’에도 올라가 있다는 전언이다.

일본 도쿄 시나가와 니콘 100주년 박물관에 전시된 니콘 카메라 제품군. / 도쿄(일본)=박소라기자
일본 도쿄 시나가와 니콘 100주년 박물관에 전시된 니콘 카메라 제품군. / 도쿄(일본)=박소라기자

니콘은 1917년 세상에 나왔다. 니콘 박물관은 2017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니콘의 야심찬 대형 프로젝트였다. 그간 1세기 역사를 기록하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자 하는 희망찬 의지가 반영된 도전이었다.

카메라 기업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니콘은 현미경을 비롯한 과학·의료기기, 반도체 설비기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을 아우른다. 니콘 박물관 내부도 동선에 따라 알맞게 각 사업군이 배치돼 있었다.

가장 많은 관람객 눈길이 머문 곳은 단연 540개 이상 니콘 역대 카메라가 출시 연도순으로 배치된 전시관이다. 그동안 니콘이 긴 세월 동안 출시했던 카메라가 한 대도 빼놓지 않고 가지런히 배열돼 있다.

니콘 카메라만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붉은 띠’ 디자인 변화, 고급 렌즈로 분류되는 ED렌즈 ‘골드링’이 들어간 렌즈를 골라 보는 재미까지 쏠쏠했다. 박물관에 설치된 카메라를 중고값 기준으로 추산하면 한화로 10억원을 웃돈다는 설명이다.

일본 도쿄 시나가와 니콘 100주년 박물관에 전시된 니콘 카메라 제품군. / 도쿄(일본)=박소라기자
일본 도쿄 시나가와 니콘 100주년 박물관에 전시된 니콘 카메라 제품군. / 도쿄(일본)=박소라기자

최초 필름 카메라부터, 디지털카메라, DSLR, 나사 카메라, 미러리스, 방수카메라, 콤팩트 카메라 등 20미터를 천천히 걸으며 카메라 산업 흥망성쇠와 기술진보를 한눈에 배우고 느낄 수 있기에 제격인 장소였다.

카메라 연대기 20미터 끝에 가장 최신작인 플래그십 DSLR D5와 D500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앞으로 니콘이 선보일 제품을 염두에 두고 옆자리를 비워둔 것도 눈에 띄었다.

스야마 타카시 니콘 박물관 부관장은 “다른 카메라 기업이 제품 판매용으로 쇼룸을 마련하고 부가적으로 자사 역대 카메라를 전시하는 것과 니콘 박물관은 태생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카메라뿐 아니라 반도체 설비 기기도 박물관에 자리했다. 설비용 기기에 대한 일반 관람객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로 장비가 돌아가는 모습을 시연하도록 했다. 한 대에 10억원을 웃도는 광학용 현미경도 자리했다.

니콘은 전자기기 회사라기보다는 세계 최고 광학 기기 회사임을 자처한다.

일본 도쿄 시나가와 니콘 100주년 박물관에서 회사 관계자가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 도쿄(일본)=박소라기자
일본 도쿄 시나가와 니콘 100주년 박물관에서 회사 관계자가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 도쿄(일본)=박소라기자

니콘 향후 100년 ‘미래상’을 그린 영상전시관은 마무리 코스다. 우주 행성을 찍는 기술부터 나노입자보다도 더 작은 입자를 찍어내겠다는 추상적이지만 강한 의지를 담은 그래픽 영상이다. 100년을 지속하는 기업은 꼽기 쉽지 않다. 니콘이 100년을 견실하게 이어올 수 있던 이유는 광학 기술에 대한 집념과 기술력 때문이라고 박물관장이 힘주어 말했다.

콘 츠네요시 니콘박물관장은 “니콘은 인류 최고 광학 기술 기업이 되기 위해 설립됐다”며 “과거, 현재 미래 기술을 잇겠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 100년을 그리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일본)=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