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실가스로 뜨거워지는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슈퍼태풍과 이상고온, 폭설 등 기상이변 재해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실무그룹 5차 보고서에 따르면, 온난화로 지난 133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42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과 게릴라성 폭우는 과거 쉽게 볼 수 없던 기상상황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강도를 더해가는 지금, 자연재해 유형과 피해, 그리고 이와 관련 대중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녹색기술센터가 진행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보고 정부 대응 체계를 점검한다.
정부는 태풍과 호우, 산사태 등 자연재해로부터 국민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서 시작한 기상이변으로 책임은 더 커지고 있다. 재난재해 예방과 대비, 대응, 복구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속함과 실제 국민들의 원하는 바를 충족하는 것이다.
최근 녹색기술센터가 재난재해 관련 국가사업과 국민요구 일치 정도를 알기 위해 진행한 ‘기후변화-재난재해 빅데이터 분석’에선 국민의 재해 관련 관심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됐다. 태풍, 산사태, 호우, 폭염, 폭설 5대 재난재해별로 주요 관심사가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호우와 폭염은 주로 ‘예방’에 관심을 보인 반면 태풍과 산사태, 폭설은 ‘대응’에 관심이 높았다. 반면 국가계획은 대부분 사업이 예방 단계에 편중되어 있어 상호 방향성이 불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등을 제정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 대응의 국가 계획 목표와 추진방향을 수립해 왔다. 하지만 위 법률을 바탕으로 추진 중인 계획 상당수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기획돼 국민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기후변화 재난재해 관련 정부 계획은 크게 기후변화와 안전관리로 구분된다. 대표적 기후변화 계획은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과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재난·환경·기상 분야 중장기 계획 등이 있다. 안전관리 분야는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을 최상위 계획으로 한 정책방향과 대책이 포함된다.
기후변화 적응대책은 2010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기후변화와 녹색성장 국가 전략 중 기후변화 분야를 구체화한 것으로 10개 부문에 걸친 적응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가운데 건강, 재난재해, 기후변화 감시예측 등 분야에서 태풍, 호우, 폭염, 산사태 등에 대한 과제가 명시돼 있다. 세부적으로 △집중강우 대비 하수도 시설 개선 △홍수에 강한 국토기반 조성 △폭염 및 자외선 피해 저감대책 마련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정보 서비스 강화 등이 추진 중이다. 3차 과학기술 기본계획에서는 태풍, 호우, 폭염에 대해 기후변화 대응력 강화와 선제적 자연재해 분야에서의 연구개발(R&D) 추진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국가 안전관리 기본계획에서는 주로 지자체별 협력체계와 사전 준비, 유사시 자원 동원 체계 구축 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세부 추진방향으로는 △재난정도 공동이용 및 재난통신망 구축 △재난대비 훈련 표준화 및 상시훈련 △민관 협력체계 구축 △과학적 재해예방사업 확대 등이 있다.
이처럼 대부분 재난재해 국가 사업이 대부분 발생 이전 단계인 예방과 대비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숫자로 따지면 5대 재난재해와 공통 과제를 포함한 재난재해 사업 총 168개 중 137개 사업이 예방과 대비에 몰려있다. 유독 비와 관련된 사업도 많다. 태풍과 호우 분야에 각각 16건, 46건 사업이 있었던 반면, 폭염과 폭설은 15건과 4건을 기록했다. 산사태는 국가 사업 16건이 진행 중이다.
이에 반해 실제 국민은 예방은 물론 대응과 복구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자연재해인 태풍은 관련 키워드 분석에서 예방(30.2%)보다 대응(39.7%)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비는 17.8%, 복구는 12.3%를 차지해 재해 발생 이전과 이후 모두에 균등한 관심도를 나타냈다. 호우는 예방(45.2%) 관련 키워드 검색이 가장 많았지만, 대응(39.7%)에 대한 관심도 만만치 않았다.
폭설은 대응(63.8%)과 복구(20.3%)에 대한 관심이 유독 많았다. 사고, 고립, 폭설피해 등 피해규모 관련 정보 검색이 많았고 제설 및 복구 작업, 긴급모금 등 사회생활 시설 정상화 요구도 높았다. 예방도 중요하지만 불가항력인 자연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관련된 빠른 정보 공유와 피해 복구, 지원 등이 중요한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위험사회에 대한 국민의식조사(2013년)’에 따르면 국민 다수가 자연재해에 대한 정부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재난재해 관련 국가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국민 관심 분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재난재해 국가 계획과 국민관심도 사이의 간극을 줄일 방법론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 기획하던 관행을 버리고, 빅데이터 분석과 관련 데이터 활용을 늘리고 주민 안전과 재산을 일선에서 보호 관리하는 지자체 활용도 강조된다.
녹색기술센터 관계자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협력해 지역주민 여론을 반영한 현장 기반 연구개발(R&D) 과제를 발굴하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최근 시점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