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설 자리 잃는 외산 대형가전… 소비자는 `부품 직구` 눈길

경기 안양시에 사는 박 모씨는 2004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양문형 냉장고 ‘RSK25MGM’ 모델을 구입, 올해로 12년째 사용 중이다. 정수기 기능이 포함돼 편리하지만 정기적으로 필터를 바꿔야 하는 비용이 부담이었다. 그러던 중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필터를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국내 서비스 센터 비용보다 2만원가량 줄일 수 있게 됐다.

미국 가전매장에서 소비자가 냉장고를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DB>
미국 가전매장에서 소비자가 냉장고를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DB>

외산 가전 사후지원(AS) 여건이 어려워진 건 한국이 외산에 어려운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10여년 전만해도 월풀, GE 등 미국 가전 업체 냉장고, 세탁기가 인기를 끌었지만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이 성능은 물론 디자인, 품질보증, AS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자 수요도 시들해졌다. 외산 업체 입장에서 규모가 작은 시장에 AS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1995년 3억달러에 달했던 미국산 냉장고 수입은 20년 간 줄어들며 지난해 85% 감소한 4609만달러에 그쳤다. 미국 가전사 공장이 위치한 멕시코로부터의 수입 또한 2004년 853만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지속 하락해 지난해 416만달러로 반토막 났다. 1995년 미국에 3억달러 냉장고 무역적자를 내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억1359만달러 흑자를 일궜다.

이는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들여오는 물량은 물론이고 세탁기에도 마찬가지로 국내 대형가전 시장에서 더 이상 ‘외산 프리미엄’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외산 AS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 대부분이 외산 가전이 호황을 누리던 2000년대 초반 구입한 소비자인 점도 이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씨처럼 부품 직구, 자가 수리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한 수입 가전사 관계자는 “소형가전과 달리 대형가전은 삼성전자, LG전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돼 외산이 운신할 폭이 좁다”며 “업체 입장에서도 많은 예산을 들여 AS망을 구축하는 일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