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방송이 올해 말쯤에 케이블TV업계 최초로 IP와 RF망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출시한다. 서경방송은 IP망을 이용해 기존 RF 단점인 제한된 용량을 보완하고 IP 방식으로 망 고도화를 단계적으로 이뤄갈 계획이다.
서경방송은 올해 말 IP와 RF망으로 동시에 유료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서경방송은 진주지역을 중심으로 케이블TV사업을 하고 있는 개별 종합유선방송 사업자(SO)다. 가입자는 10만명 수준이다.

서경방송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는 주문형 비디오(VoD)는 IP망으로, 실시간 방송은 RF 방식으로 내보낸다.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점진적으로 실시간 방송까지 IP망으로 송출할 계획이다. 서경방송 관계자는 “시범테스트를 통해 IP서비스가 안정화되는 것을 확인한 뒤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를 출시할 것”이라며 “최종적인 목표는 실시간 방송까지 IP망으로 내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서경방송은 이미 하이브리드 셋톱박스 약 1만대를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경방송은 올해 말까지 하이브리드 셋톱박스 시범테스트를 마무리 짓는다. 시범테스트 후 기존 RF망만을 썼던 셋톱박스를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로 전환한다.
케이블TV가 기존 전송방식인 RF에서 IP로 전환을 시도하는 주요 배경은 주파수 용량 때문이다. RF 기반 방송은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용량이 제한적이다. 케이블TV 업계는 UHD, VoD 등 대용량 서비스가 나오면서 주파수 부족 문제에 봉착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용량이 큰 VoD, UHD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기존 서비스를 제외해야 하기 때문에 주파수 부족이 케이블TV 업계의 큰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서경방송은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로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경방송을 시작으로 케이블TV 업계에 IP 방식으로 전환이 시작될 전망이다. 올해 6월부터 유료방송 매체별로 특정 기술만 이용할 수 있는 현재 기술규제가 완화되기 때문이다. 셋톱박스 업계도 이에 하이브리드 셋톱박스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셋톱박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케이블TV 사업자가 기술규제 완화를 대비해서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를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셋톱박스 업계는 기존 RF망을 IP망으로 전환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셋톱박스 업계 관계자는 “기술규제가 완화되면서 케이블TV 사업자도 결국 IP로 가겠지만 단말 교체 비용에 따른 부담이 있기 때문에 6월 이후 당장 수요가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 셋톱박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양방향 서비스에 특화된 IP 방식을 이용할 수 있는 IPTV 사업자는 기술 우위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IPTV 가입자 수는 2012년 542만명에서 2014년 967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반면 RF방식을 이용하는 케이블TV, 위성방송 가입자 수는 2012년 1782만명에서 2014년 1777만명으로 줄었다.

규제가 해소되면 유료방송사업자별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IP망을 이용해 VoD, 클라우드, N스크린 서비스 등 양방향 서비스를 활발하게 내놓을 수 있다. IPTV사업자는 RF망을 이용해 단방향 저가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