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는 4K 초고화질(UHD) LCD 패널을 놓고 벌이던 논란을 일단락했다. LG디스플레이가 전통의 R·G·B(적·녹·청) 구조에서 백색(W)을 추가해 전력 효율을 낮춘 R·G·B·W 구조의 ‘엠플러스(M+)’ 패널을 만들면서 벌어진 논쟁이었다. UHD 해상도를 충족하는데 화소 수 기준이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대립했다.
논란은 기존의 UHD 해상도 측정법을 보완하는 것으로 잠정 중단했다. 구체화한 보완책이 나온 것이 아니어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RGBW 기술 방식은 10여년 전부터 학계와 업계에서 연구한 기술이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화소가 조밀해져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전력소비 문제와 밝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다. 한 해외 논문에서는 RGBW 방식을 기존의 디스플레이 문제를 해결한 차세대 혁신 기술로 소개하기도 했다. 아직 전통의 LCD 방식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큰 흐름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술로 본 것이다.
문제는 신기술을 보는 시각이다. LG디스플레이의 RGBW 방식 패널은 보급형과 중급형 LCD TV에 적용한다. 전력소비가 30% 이상 낮은 것도 장점이다.
기존의 RGB 방식과 비교해 화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확연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결국 저렴한 가격, 낮은 소비전력, 높은 해상도를 놓고 소비자가 선택할 몫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양사가 마케팅 경쟁에 지나치게 매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차세대 기술 연구, 시장 지배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데 논쟁이 너무 커졌다. 경쟁은 필요하지만 UHD 화소 수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질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신기술은 아무리 좋아도 사용자가 외면하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기술·마케팅 경쟁에 치우치면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에 소홀해질 수 있다. 첨단 기술도 그 중심에 사용자가 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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