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봉한 영화 ‘메이즈 러너(Maze Runner)’에는 우리말 해석 그대로 ‘미로를 뛰는’ 여러 러너(10대 소년·소녀)가 등장한다. 주인공 토마스를 비롯한 러너들은 기억이 지워진 채 글레이드로 불리는 미지의 장소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매일 밤 살아 움직이는 미로를 빠져나가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미로 속에는 거미 괴물인 ‘그리버’가 그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잠시 열리는 미로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닫히게 돼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2015년 개봉한 속편 ‘메이즈 러너:스코치 트라이얼’에는 극적으로 미로에서 탈출한 주인공 일행이 위키드란 조직을 만나며 자신들이 겪는 일의 전모를 알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태양이 모든 세상을 파괴하고 ‘플레어 바이러스’는 인류를 끔찍한 형상의 좀비로 만들었다. 러너는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을 갖춘 자다. 위키드는 러너의 신체를 관찰해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려는 조직이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켜도 되는지’라는 의문과 함께 인간윤리, 도덕성 등 많은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가 위협을 받는다는 설정은 다른 영화에도 수차례 등장했다. 2007년 개봉작 ‘나는 전설이다’는 원인 미상 바이러스에 의해 대부분 인류가 멸망하고 ‘변종 인류’만 남은 상황을 그렸다.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은 치료제를 찾기 위해 자신의 면역체와 변종 인류를 연구한다.
브래드 피트 주연 ‘월드 워 Z’ 역시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하나 둘 좀비로 변하며 세계 곳곳이 혼란에 빠진 상황을 보여준다. 바이러스는 인류가 지금껏 맞닥뜨린 적 없는 거대한 공포로 인류를 위협한다.
국내 영화 ‘감기’에서는 치사율 100%인 최악의 바이러스로 국가 재난사태가 발생한다. 호흡기로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초당 3.4명을 감염시키며 대한민국을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간다.
바이러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100배나 작고 변이가 잘 일어나 치료제를 만들기가 쉽지가 않다. 바이러스성 질환인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도 다양한 변이로 감기 바이러스 종류가 무수히 많아 백신 제작이 어렵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지난해 메르스 바이러스에 이어 최근엔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호흡기, 곤충, 동물, 신체접촉 등 감염 경로도 다양하다. 메르스 등 일부 바이러스는 아직 치료제도 없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환경공해, 야생 동·식물 접촉 증가로 신종 바이러스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연파괴에 따른 이상기온과 환경호르몬에 의한 면역력 저하 등 바이러스도 결국 인류가 만들어낸 결과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인간이 존엄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메이즈 러너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결국은 인간의 존엄성이다. 영화에서처럼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고 영화는 단지 영화로만 남길 바란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