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6 주파수 경매계획안’은 특정 이동통신 사업자가 주파수를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700㎒·2.6㎓ 등 광대역(40㎒ 폭) 2개, 인접대역과 광대역화가 가능한 2.1㎓ 대역(20㎒ 폭)을 이통사 별로 1개 이상 할당 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이와 동시에 특정 이통사가 최대 60㎒ 폭까지 확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특정 이통사가 700㎒ 혹은 2.6㎓ 광대역 40㎒ 폭을 확보하면 1.8㎓과 2.6㎓ 중 협대역 1개(20㎒ 폭)만 추가 선택 가능하고, 2.1㎓ 광대역 1개(20㎒ 폭)를 확보하면 1.8㎓·2.6㎓ 협대역 2개(각 20㎒ 폭) 확보가 가능하다.
이는 이통 3사가 2.1㎓ 대역 20㎒ 폭을 확보하면 기존에 확보한 2.1㎓ 대역과 묶어 즉시 광대역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미래부가 이처럼 공정 분배에 우선순위를 둔 것은 이전 주파수 경매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취지다.
주파수가 필요한 사업자가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확보하도록 함과 동시에 사업자 간 공정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이통 3사 모두 필요성이 확실한 2.1㎓ 대역 20㎒ 폭 경매는 전자를 위한, 광대역 제한과 최대 60㎒ 폭으로 낙찰총량을 제한한 건 후자를 위한 포석이다.
하지만 최대 관심사였던 2.1㎓ 대역 재할당 대가를 경매가와 연동하기로 해 ‘공정경쟁’ 논란을 야기했다. 높은 최저경매가격, 강화된 망 구축의무가 오히려 사업자 투자의욕을 꺾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재할당 대가 경매가에 연동…공정경쟁 논란 촉발
2016 주파수 경매계획안 최대 특징은 2.1㎓ 대역 재할당 가격을 경매가격과 연동한다는 점이다. 미래부는 정부산정가와 경매가를 평균해 재할당 대가를 산정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LG유플러스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에 재할당되는 2.1㎓ 총 80㎒ 폭(SK텔레콤 40㎒ 폭, KT 40㎒ 폭) 가격이 정부가 산정하는 대가와 2.1㎓ 대역 경매 낙찰가를 평균해 산정된다.
2.1㎓ 대역 경매 결과가 재할당 대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
재할당 예정인 3G·4G간 주파수 가치는 동일한 것으로 판단했다.
허원석 미래부 주파수정책과장은 “LG유플러스에 대한 비대칭 규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원리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생각은 달랐다. SK텔레콤과 KT는 경매가 연동이 LG유플러스에 절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재할당 대가 상승을 우려한 양사는 ‘베팅’을 마음껏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경쟁이 어렵다고 봤다. 만약 무리를 해서라도 2.1㎓ 대역 경매에서 승리한다면 다른 대역 경매에서는 힘을 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른바 ‘실탄(경매자금)’이 바닥난다는 것이다.
경매가 연동은 단순히 2.1㎓ 대역 문제가 아니라 이번 경매 전반 힘의 균형을 좌우하는 문제라는 시각이다.
2.1㎓ 대역에서 LG유플러스 주장이 폭넓게 반영된 것과 반대로, 2.6㎓ 대역에서 LG유플러스를 견제하기 위한 경쟁사 주장은 무시됐다.
경쟁사는 2.6㎓ 대역에서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추가 주파수를 얻는다면, 사실상 특정 대역을 독점하기 때문에 이번 경매에서 입찰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미래부는 특정 대역 독점보다 광대역 독점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형도 SK텔레콤 상무는 “LG유플러스는 2011년에도 ‘가난의 대물림론’을 펼쳐 2.1㎓ 대역 20㎒폭에 단독입찰했다”며 “이번에도 단독입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특혜의 대물림’이 이뤄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경쟁사보다 선택 폭이 넓은 것”이라면서 “공정경쟁 논란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경매 방식은 동시오름 입찰 50라운드와 밀봉 입찰을 합한 혼합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통 3사가 1단계로 각각 대역에서 50라운드까지 가격을 높여가는 동시 오름 입찰 방식으로 경매를 진행하고, 낙찰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2단계로 한 번에 가격을 적어내는 밀봉 입찰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 2013년에도 적용한 방식이다.
◇정부 “세수증대·투자촉진”…사업자·전문가 “비싸다, 과하다”
미래부는 주파수 경매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세수증대·투자촉진’ 효과를 강조했다. 5조8000억원 신규 망 투자, 2조5000억원 이상 세수 확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허 과장은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독점적 사업자가 투자해 국민서비스 질을 높이고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침체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사업자와 학계는 미래부 취지를 이해한다고 전제했지만 연차별 망 구축 의무 등 투자 의무가 지나치게 무겁다고 비판했다.
우선, 최저경쟁가격(경매 시작가)이 높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2.1㎓ 대역은 20㎒ 폭(이용기간 5년) 최저경쟁가격이 3816억원이다. 이를 ㎒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역대 최고가로 평가받는 2013년 1.8㎓ 대역 최저경쟁가격보다 1.6배 비싸다.
박 상무는 “최저경매가가 너무 높으면 투자유인이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부는 최저경쟁가격 산정 공식에 따른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정 공식 핵심은 사업자 매출액인데, 매출이 오른 만큼 최저경쟁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망 구축 의무 강화다.
미래부는 전국망 기준 기지국수를 10만6000개로 정하고, 핵심인 A·C·D 블록에 대해 1년차 15%, 2년차 45%, 3년차 55%, 4년차 65%라는 구축의무를 부과했다. 4년 내 6만8900개 신규 기지국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2013년 경매에서 ‘5년차 30%’였던 것과 비교하면 의무가 대폭 강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통 3사가 이미 다른 대역에서 전국망을 확보한 상황에서 전국망을 추가하는 것은 중복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융합공학부 교수는 “이통사가 이미 많은 기지국을 설치했고 5세대(G) 통신도 나오는데 4세대(G)에 추가 투자를 하라는 건 우려스럽다”며 “투자활성화보다는 중복투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자는 700㎒ 대역에 대해서도 상향 주파수 무선마이크 전파간섭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장비도 부족한 만큼 망 구축의무를 줄여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통3사 경매전략은
2016 주파수 경매 인기는 광대역(700㎒ 40㎒·2.1㎓ 20㎒·2.6㎓ 40㎒)>협대역(1.8㎓ 20㎒·2.6㎓ 20㎒)으로 예상된다. 2.1㎓ 20㎒폭은 인접대역과 묶어 즉시 광대역 활용이 가능해 광대역으로 분류한다.
광대역 중에서는 단연 2.1㎓ 20㎒폭 인기가 높고, 700㎒ 40㎒와 2.6㎓ 40㎒는 백중세거나 2.6㎓ 쪽이 다소 우세하다.
700㎒는 저주파 대역이지만 국내에선 롱텀에벌루션(LTE)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어 인기가 떨어진다. 더욱이 무선마이크 전파간섭 문제도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 3사는 2.1㎓ 대역 경매에 힘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재할당 대가를 경매가와 연동하기로 해 SK텔레콤과 KT는 경매가를 높이기 힘들다. 두 회사는 이 대역에서 각각 40㎒폭을 재할당 받는다.
LG유플러스로선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설사 2.1㎓ 대역이 과열돼 경매가가 치솟더라도 경쟁사 재할당 대가를 높일 수 있다. 경쟁사가 재할당에 힘을 빼는 사이 다른 광대역에 눈을 돌릴 수 있다.
협대역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진다. KT 광대역에 인접한 1.8㎓ 대역 20㎒폭은 KT 외에 관심이 적다. 2.6㎓ 대역 20㎒폭도 LG유플러스 광대역 인접이다. 심하면 두 곳 중 한 곳 정도가 유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저 경쟁가격이 공개되자 이통 3사가 선호하는 2.1㎓ 대역 20㎒ 폭을 제외하면, 최저 경쟁가격 출발선 부근에서 최종 낙찰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2.1㎓ 대역 20㎒ 폭 최저경쟁가격 자체가 예상보다 높아 이통사가 가격 경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 최종낙찰가격를 향후 주파수 재할당 가격에 연동시키기로 해 무한정 경매가를 끌어올리는 경쟁이 힘들 것이라는 추론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