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초고속 성장에 마침표를 찍고 중고속 질적성장을 의미하는 ‘신창타이’(新常態) 단계에 진입하면서 임금인상폭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기여도 1위 광둥성이 올해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임금상승에 따른 기업 경쟁력 하락을 막고 제조업 해외 유출을 방지하려는 움직임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중국 최대 경제 규모로 ‘세계의 공장’으로 알려진 광둥성이 올해 최저 임금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경기 침체로 기업수익이 부진한 가운데 임금상승이 기업 경영난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이 크게 뛰면서 경쟁력 저하가 현저하다. 비슷한 움직임이 다른 지방에 퍼지면 중국 인건비 상승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 최저 임금은 각 성이 매년 중앙 정부와 협의해 인상폭과 인상시기를 결정한다. 광둥성은 올 봄 2016년 최저 임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할 방침이다. 지난해 광둥성 최저 임금은 월 1895위안으로 19% 상승했다. 성도인 광저우시 최저 임금은 전년대비 22.3% 인상했다. 광둥성은 리먼 쇼크와 남유럽 경제 위기 때 최저 임금을 동결한 바 있지만 큰 위기가 없는 해에 최저 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진출 기업 임금은 지역 최저 임금을 참고해 결정한다. 광둥에서 최저 임금이 동결되면 성내 인건비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광둥성의 국내총생산(GDP)은 2015년까지 27년 연속으로 중국 1위를 기록하며 국가경제를 견인했다.
최근 중국 임금상승률은 둔화됐어도 상승폭은 여전히 8%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기업 인건비 부담도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저임금으로 일하는 많은 노동자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최저임금을 계속 올렸다.
최근에는 임금이 급상승해 중국 제품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고 기업 파산과 사업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광둥에서는 대형 시계 제조 업체 시티즌홀딩스가 공장 한 곳을 폐쇄하고 1000명을 해고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도 구 노키아 휴대폰 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중국 정부도 높은 임금상승률을 우려하고 있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 부장은 “중국 기업 근로자 임금 상승률이 지나치게 빠르다”며 “지난 8년간 중국 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2~3%포인트가량 웃돌면서 중국 경쟁력을 저하시켰다”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둥의 최저임금 동결은 이같은 정부에서 논의 중인 개혁을 조속히 실행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중국 다른 지방정부도 광둥을 따를 것으로 보여 임금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진출 국내기업에 단비가 될지 주목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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