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로벌 기업 위한 SW개발 지원 시급"

[기고]"글로벌 기업 위한 SW개발 지원 시급"

세계 정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있다. 미국에서는 ‘GAFA’라고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이다. 중국에는 ‘BAT’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대부분 평균 20년이 채 안 되는 기업이다. 창의적 기준과 파괴적 혁신,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전 분야를 아우르는 기술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등 중장기 뉴노멀 시대(中 신창타이)로 진입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은 세계 경제의 체질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최정상 글로벌 기업으로의 위치를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들의 경쟁력이 소프트웨어(SW)라고 말한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새로운 ICT 서비스를 차별화해 제공할 차세대 브레인으로 재조명됐다. 지난 달 말에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가상현실(VR) 서비스가 성장 한계에 도달한 스마트폰 시장을 뒤이을 새로운 분야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디바이스, 네트워크, 콘텐츠 개발을 위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ICBM, 인공지능 기술, 가상현실 서비스 등 최근 IT 분야 이슈 기반은 SW기술이다. “이제 모든 기업은 SW기업이다”라는 말처럼 SW가 혁신을 견인하는 SW중심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SW중심사회에 빠르게 대응한 미국이나 인도 등은 이미 SW 연구개발(R&D) 사업을 도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 외 각국의 정부도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여전히 ICT 분야 수출은 반도체, 휴대폰 등 하드웨어 기반 중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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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SW중심사회 도래를 선언했지만 SW사업 경쟁력 또는 SW기업으로의 변신은 느리기만 하다. 그동안 SW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과 왜곡된 시장 구조 속에서 더디게 쫓아가는 모양새였지만 기대어 온 내수시장마저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 파괴적 혁신으로 새로운 글로벌 SW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기르고 세계시장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한 정책 지원도 절실하다.

정부는 ‘글로벌 창조 소프트웨어(GCS:Global Creative SW) 사업을 3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다. ‘SW중심사회 실현’ ‘K-ICT 글로벌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국내의 역량 있는 중소〃중견 SW기업이 글로벌 SW 전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품질 관리 등을 패키지화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지원받은 기업들은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 마이다스아이티는 플랜트 구조물 초기설계 및 개보수 설계용 융합형 솔루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초고층 건물 시뮬레이션 분야 세계 1위 기업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글로벌 의료 SW생태계 구축을 위한 창조 플랫폼 개발’을 통해 세계적 대형 의료기관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 개발로 5년 동안 440억원 이상 수출이 예상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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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계 각국의 R&D 지원 규모를 비교해 볼 때 국내 SW R&D 지원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적은 재원으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지원 방식도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고전형 과제 기획을 버리고 기업의 혁신 R&D 지원을 위해 자유공모 방식으로 변경,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과제 공모에는 5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15개 신규 과제가 선정됐다. 올해는 글로벌창조SW(GCS) 신규 과제 공모(88억원)에 지난해보다 많은 108개 과제가 지원, 15대 1 이상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해에 비해 지원 기업이 늘어난 것은 기업 친화형으로 바꾼 GCS 과제의 지원 방식이 SW기업 수요와도 잘 맞아 들어가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성과도 이를 대변한다. 아쉬운 것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재원이다. 국내 SW기업의 글로벌 SW 개발에 대한 열정에 비해 정부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우물을 90% 이상 팠는데 나머지 10%를 파기 위한 R&D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10%를 더 파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없도록 정부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SW 경쟁력 확보는 SW중심사회 선언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정책과 함께 될성부른 나무를 골라 물을 줌으로써 글로벌로 성장할 꽃을 피워 내는 GCS와 같은 기업 친화형 R&D 사업에 정부의 적극 지원이 있길 기대한다.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 shlee0813@iit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