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수많은 혁신이 손 안의 ‘앱’에서 시작된다. 애플리케이션(앱)은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일자리 62만7000개와 매출 80억달러를 창출했다. 유럽에서는 일자리가 50만개 만들어졌다. 개발자들이 전 세계에서 20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렸고, 그 가운데 65억달러가 유럽인 개발자에게 돌아갔다. 이는 애플 앱스토어만 따진 통계로, 다른 플랫폼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크다.
‘앱 경제’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앱은 경제산업 구조의 근본을 변화시켰다. 앱은 손끝에서 연결되는, 작지만 거대한 시장이 됐다.
앱이 이처럼 보편화 됐지만 지금까지는 실상 일반인 대상 소비재 시장에 주로 한정됐다. 앱 기술의 핵심인 데이터는 수집이 아닌 분석에서 가치가 나오기 때문에 대체로 데이터 활용과 이해 장벽이 낮은 시장에서 먼저 활성화된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효율 향상이라는 거시 담론의 흐름을 따라 앱 경제도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 지평이 개인의 삶을 넘어 발전, 헬스케어, 조선, 운송 등 인프라 산업 전반의 생산성 혁신을 이끌고 있다.
2013년 앱 시장조사업체 앱네이션(AppNation)은 보고서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오늘날 앱 경제를 끌어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커넥티트카, 스마트TV와 같이 사물이나 기계와의 연결이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약 2년이 지난 오늘날 그것은 현실이 됐다. 가전과 자동차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의 거대한 장비들이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활용할 수 있는 ‘산업용 앱’ 시대가 도래했다.
산업용 클라우드가 그런 시도의 정점에 있다. 사용자 개인이 앱을 쓰기 위해 안드로이드, iOS와 같이 플랫폼이 필요한 것처럼 산업용 앱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클라우드와 같은 플랫폼이 필요하다. 기존의 클라우드가 주로 개인 등 일반 정보를 저장하고 분석하기 위한 플랫폼 기능을 제공했다면 산업용 클라우드는 발전소, 항공, 대형 병원, 선박 등 대규모 첨단 장비에서 나오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다.
발전 터빈, 제트 엔진, 헬스케어 영상 장비 등 사회 곳곳의 첨단 장비들이 하나의 플랫폼 위해서 기능을 발휘하고 인간을 위해 데이터를 제공하게 된다.
이런 산업의 영역은 규모가 큰 만큼 1%의 효율 향상만으로도 막대한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항공, 철도, 발전, 헬스케어 등 6개 산업에서 효율성이 1%만 높아지더라도 앞으로 15년 동안 총 276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산업 앱 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에 진입, 10년 전 소비자 앱 시장 규모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비자 인터넷 시장의 미래 잠재 규모의 두 배가 넘을 전망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이 산업 분야에 적용되면 앞으로 10년 동안 약 8조6000억달러의 생산성 증대를 가져올 것이며, 세계 GDP를 2030년까지 15조달러 가까이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2011년 이후 1%대에 머물러 있는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카카오·왓츠앱·애니팡 등 개발자의 성공은 새로운 기업 탄생으로 이어지고, 이는 일자리를 늘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까지 창출한다. 이제는 데이터 활용으로 발전소 고장을 예측해 정기보수 비용을 없애고, 항공기 최적 운항 여정을 안내하며, 열차 운송 효율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앱 개발자 탄생을 기대한다. 새롭게 개발된 혁신 앱 서비스를 사용하는 운영사는 수십 억원대의 추가 수익을 달성하고, 개발 벤처기업은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신생 기업으로 떠올라 또 다른 카카오와 페이스북이 될 것이다. 이런 성공 스토리가 회자될 날이 멀지 않았다.
강성욱 GE코리아 총괄 사장 contacts.kr@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