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최고의 제조 기술력을 응집해 최정상급 성능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7’을 탄생시켰다. 삼성페이, 기어VR, 기어 360 등 외부로 혁신 영역을 넓히면서 스마트폰 중심의 생태계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는 디바이스 시장 지배력을 지속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 나온 선택이다. ‘새로운 혁신’을 통해 스마트폰 경쟁 패러다임을 바꿔 놓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은 경쟁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LG전자는 G5를 공개하면서 하드웨어 생태계 ‘LG 프렌즈’를 함께 공개했다. LG페이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소니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를 공개하면서 4종의 주변기기를 함께 선보였다.
중국 등 후발주자가 강력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뒤를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혁신’이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새삼 주목된다.
◇스펙 경쟁, 낭중지추는 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스펙 경쟁은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틀린 말이 아니다. MWC 2016 전후에 공개된 주요 제조사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살펴보면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디자인 면에서 LG전자가 G5에 풀메탈을 적용하자 주요 제조사가 모두 풀 메탈 대열에 합류했다. 샤오미는 미5 후면 양 측면을 엣지 처리, 삼성전자 엣지 모델과 비슷한 느낌을 줬다.
성능 면에서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스냅드래곤 820으로 비슷하다. 배터리 역시 3000㎃h 안팎으로 유사하다. 기린 950 AP와 4000㎃h 배터리를 채택한 화웨이가 조금 두드러져 보이는 정도다.
하드웨어가 상향평준화된 가운데에서도 남달리 뛰어난 성능은 있다. 아직 스펙 경쟁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닌 것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7은 화면 해상도(1440×2560)에서 경쟁사를 한 발 앞선다. 무엇보다 공을 들인 건 카메라다.
갤럭시S7은 화소를 다소 떨어드렸지만 듀얼픽셀 이미지센서를 세계 최초로 적용하고, 조리개 값을 세계 최저 수준인 f/1.7까지 낮췄다. 햇빛 유입을 극대화해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사진을 끌어낸다.
스펙 경쟁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도 부품 기술력의 도움에 힘입어 세계 최고자리를 지킨 것이다. 상향평준화 속에서 이뤄지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스펙 경쟁은 앞으로 이처럼 특화된 한두 분야에서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LG전자 역시 G5에서 듀얼카메라로 승부를 펼쳤다. f/1.8 카메라 한 대와 135도 광각 카메라가 만나면서 인물은 물론 풍경 사진에도 강점을 확보했다.
◇주변 생태계 구축, 스마트폰 진화 방향 제시
삼성전자는 갤럭시S7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생태계를 더욱 강화했다. 먼저 삼성페이를 강화했다. 지문 인식으로 온라인몰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은행에서만 가능하던 ATM서비스를 신한·하나·IBK기업·NH농협 은행으로 확대했다. 갤럭시S7과 동시 출시된 주변기기 ‘기어360’ 카메라는 ‘기어VR’와 함께 가상현실(VR)이라는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한다.
지금은 스마트폰 보조기기에 머물지만 VR 보급이 확산되면 ‘VR 감상을 위해 갤럭시S7을 구입’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주변 생태계 구축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MWC 2016에서 LG전자와 소니도 유사한 전략을 선보였다. LG전자는 LG 360캠, LG 360 VR 등 주변기기로 구성된 ‘LG 프렌즈’를 선보이며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특히 모듈디자인을 접목해 하드웨어를 갈아 끼울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혁신을 이뤄 냈다.
LG전자 역시 VR 기기와 콘텐츠를 선보이며 VR 생태계 구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통한 하드웨어 판매가 새로운 혁신 공식으로 등장한 것이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이어·아이·프로젝터 등 스마트폰과 연동한 주변기기를 공개하면서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제시했다.
주로 하드웨어 분야에서 일어난 이 같은 혁신은 ‘소프트웨어의 애플’에 대항하기 위한 제조 기반 회사의 필연 선택으로 해석된다. 애플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사로서는 이 같은 새로운 혁신을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부품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라는 비아냥거림을 이겨 내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혁신을 성공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절박한 작업이다.
중국 제조사는 아직까지 휴대폰 자체에 집중할 뿐 외부 생태계 구축 움직임은 좀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선 언제든 우리를 추격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등이 제시한 ‘새로운 혁신’은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