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클럽을 이해하는 열쇠는 ‘자급제’다. 자급제는 이동통신 요금제와 단말기가 분리된 시장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통상 휴대폰과 요금제를 결합해 판매하기 때문에 자급제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2% 수준이다.
그런데 20% 선택약정 요금할인이 등장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선택약정은 휴대폰을 내 돈으로 사는 대신 요금을 20% 할인받는 제도다. 프리미엄폰에서 수요가 높다. ‘쥐꼬리’ 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서도 보조금이 사라지고 자급제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외국에서 먼저 나타났다. 미국에선 T모바일이 2013년 3월, 버라이즌이 작년 8월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 일본에선 소프트뱅크(2006), KDDI(2009)가 일찍부터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되면서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효과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자급제 시장에선 제조사가 이통사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통사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휴대폰을 유통하면 제조사로선 손해 볼 게 없다. 갤럭시 클럽은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다. 이통사도 이 점을 알기 때문에 별도 렌털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갤럭시 클럽 장점과 성공 가능성
삼성 갤럭시 클럽은 국내 자급제 시장이 열리는 틈을 노렸다. 자급제 시장을 가정하면 갤럭시 클럽 가입은 비용 면에서 손해가 아니다. 24개월 할부와 이에 따른 5.9% 이자는 공통조건이다. 갤럭시 클럽 가입비 월 7700원은 이통사가 제공하는 월 5000원 내외 보험과 큰 차이가 없다.
가장 큰 장점은 1년 뒤 동급 새 휴대폰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쓰던 휴대폰을 반납하는 조건이다. 남은 할부금은 상쇄된다. 개인이 1년 뒤 중고폰을 팔아서는 할부금 상쇄가 어렵다. 중고폰 가격이 5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갤럭시 클럽이 성공하면 삼성전자는 고객이 타사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효과가 있다. 늘어난 프리미엄폰 교체주기를 짧게 당기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한 건 충성도다. 일반 방식에선 2년 할부가 끝나면 휴대폰이 개인소유가 된다. 이걸 계속 사용할 수도 있고, 중고폰으로 팔수도 있다. 갤럭시 클럽에선 이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 만약 매력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1년마다 교체하는 대신 2년 이상 실사용하거나 중고폰을 팔아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 할 가능성이 높다.
◇단점은 중고폰 가격
단점은 분명하다. 중고폰 가격이다. 안드로이드폰 1년 후 중고가가 50%를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삼성전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갤럭시 클럽 최대 약점으로 집중 거론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휴대폰을 개인이 소유하지 못하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소유할 때 갖는 장기실사용·중고판매 등의 가치를 갤럭시 클럽에서는 가질 수 없다.
갤럭시 클럽 성공의 중요한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반납 조건이다. 휴대폰 상태에 따라 반납기준이 들쭉날쭉해지면 분쟁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회에 한해 액정 교체비를 50% 할인해주는 쿠폰을 발행해준다. 중·장기적으로는 삼성화재와 협력해 보험을 개발할 방침이다. 애플은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애플케어 플러스’라는 보험을 통해 반납기준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했다.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총괄 모바일영업팀장(전무)은 “중고폰 업체 8가지 매입기준에 따라 파손, 기능불량 등을 판단한다”며 “심하면 반납을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다 받아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