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7·S7 엣지를 11일 한국을 포함한 50개국에서 정식 출시한다. 갤럭시S7은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든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실적을 개선할 구원투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IM부문 영업이익이 다시 2조원 가까이 떨어지며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갤럭시S6가 디자인을 앞세운 혁신에 방점을 뒀다면 갤럭시S7은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는 하드웨어 성능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게임 등 삶의 즐거움을 더하는 다양한 기능으로 표출됐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 재도약 중책
2014년 1분기 6조4300억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 IM부문 영업이익은 이후 1조원대로 추락했다가 지난해 1분기 다시 2조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갤럭시S6·S6 엣지를 내놓은 이후에도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여기에 중저가폰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영역에서는 애플 아이폰 선호도가 여전히 공고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지만 삼성전자는 고단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갤럭시S7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을 만회하고 사업 부흥을 꾀하려는 삼성전자 의지가 담겨 있다. 전작인 갤럭시S6의 가장 큰 특징이 ‘디자인 혁신’이라면 갤럭시S7은 여기에 부족한 점을 보완해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갤럭시S7은 방수·방진 기능, 배터리 용량 확대, 마이크로 SD카드 슬롯 부활 등 한층 진보한 하드웨어 성능 개선을 보여줬다. 하지만 조리개값 F1.7의 DSLR급 카메라 성능과 최적화된 게임 기능은 갤럭시S7이 단순히 성능만 좋아진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갤럭시S7은 스마트폰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모든 갤럭시 시리즈 출시에 참여했지만 이번처럼 치열하고 뜨겁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설계
고동진 사장의 설명처럼 삼성전자는 사용자 입장에서 분석하고 기획했다.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소비자가 들고 다니면서 자랑스러워 할만한 고급 디자인, 매일 사용하면서도 물이나 먼지에 강한 하드웨어, 하루 이상 너끈히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영상과 사진을 마음껏 저장할 수 있는 저장 용량이 그것이다.
고 사장은 “갤럭시S7에는 그동안 구현하지 못했던 기능을 담아 스마트폰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직원이 ‘전자 장인’으로 부를 정도의 장인 정식을 갖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본에만 충실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이 스마트폰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다양해질 것이며 갤럭시S7이 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표적인 게 삼성페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을 출시하면서 삼성페이 사용을 더욱 확대한다.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 올해 삼성페이 활용 국가를 7개국 더 늘린다. 삼성페이는 단순한 결제뿐만 아니라 멤버십, 교통카드, 온라인 결제 등 다양한 패턴을 지원한다.
강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장은 “삼성페이는 현재 3개 카드사와 제휴하고 있는데 상반기 내로 대부분 카드사와 제휴가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은행만 가능한 ATM 출금 서비스도 5개 은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진검 승부
갤럭시S7을 바라보는 삼성전자 자신감은 넘쳐흐른다. 예약판매 성적이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일각의 우려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무선사업부장으로 부임한 고동진 사장도 잔뜩 고무된 상태다.
고 사장은 “바르셀로나에 가기 전에 영국과 프랑스에 들렸고 MWC 이후에는 독일과 이탈리아에 들렸다. 또 이란과 두바이, 상하이에 가서 현장 반응을 살폈다”며 “사업 책임자가 흥분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차분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그는 11일 출시되면 현장 반응을 볼 수 있으니 이를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이 중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비보와 오포에도 뒤쳐지며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만큼 중국 시장에서의 성적은 글로벌 성적과 직결된다.
고 사장은 “최근 1년 이상 중국 시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최근 베이징까지 가서 중국 3대 통신사업자, 유통망 대표들까지 만났는데 이제 중국 시장에서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이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2014년부터 점유율이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 5위 자리마저 내줬다. 갤럭시S7을 앞세워 화웨이, 샤오미 등 현지 기업의 기세를 꺾고 시장을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