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인공지능(AI) 플랫폼 전쟁이다.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을 넘어 ‘인공지능판 안드로이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새로운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 산업·연구개발(R&D) 정책 전반에 걸쳐 ‘빅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11일 전자신문이 주최한 ‘인공지능 특별좌담회’에서 산학연 전문가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경제·산업·사회·문화적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인공지능 발전 전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글 알파고가 인공지능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현실로 입증하면서 글로벌 기업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상호 카카오 추천팀장은 “글로벌 기업이 인공지능 플랫폼 선점에 나섰다”며 “모바일 생태계를 주도한 안드로이드 같은 플랫폼이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구글이 개방형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구축한 후 모바일 생태계를 주도한 것과 유사한 현상이 인공지능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글뿐 아니다. IBM을 비롯해 수많은 미국 기업이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MIT에 안전한 인공지능 연구 명목으로 1000억달러를 투자한 것도 경쟁자 견제 의도를 지녔다는 해석이다.
한국이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중장기 R&D·투자 문화 정착이 필수적이다.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구글이 딥마인드라는 신생기업을 인수해 키운 것 같은 문화가 우리에게는 없다”며 “가능성 있는 연구에 가치를 부여하는 문화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오랜 시간 꾸준히 R&D를 지원하는 기반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강점을 지닌 제조업에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발전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제도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이원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양극화, 사생활 침해와 인공지능 통제·공유화 등이 이슈로 부상한다”며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정부도 지난해부터 지능정보사회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우리가 보유한 인프라와 인력 바탕으로 시장을 창출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인공지능에 힘입어 기존 기술도 ‘퀀텀점프’할 것”이라며 “이에 맞춰 산업·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빅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
오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