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어이없는 실수 연발…"몬테카를로 트리서치 한계"

집념의 첫승…알파고 어이없는 실수 한계 드러내

알파고-이세돌 9단 대국장 <사진 구글>
알파고-이세돌 9단 대국장 <사진 구글>

오류 한 점 없을 것 같던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한계를 드러냈다. 실수 또는 실력 한계를 보인 진원지는 확률에 기반한 몬테카를로 트리서치 방식에 있다는 분석이다.

알파고는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이전 대국과 다른 실수를 범하며 이 9단에게 패했다.

알파고-이세돌 9단 대국장 <사진 구글>
알파고-이세돌 9단 대국장 <사진 구글>

이 9단은 초반 실리를 중시하는 전략으로 나왔다. 알파고는 이에 맞서 상변에 거대 세력을 형성했다. 알파고는 초반 제2국과 똑같은 포석을 펼쳤다. 11수까지 똑같은 흉내바둑을 구사했지만 이 9단이 백12수로 변화를 줬다. 이 9단은 두 귀, 좌변, 우변에 집을 마련하며 내실을 기했다. 알파고는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들었다. 초반과 중반까지 알파고가 우세한 듯했다. 프로 7단 김강근 한게임 바둑 PD는 “흑47이 성동격서 수법으로 흑69까지 상중앙 흑 모양이 커져서 알파고가 초반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승부는 중반 알파고 실수에서 갈렸다. 이 9단은 중반 백78로 알파고 중앙 흑 한 칸 사이에 끼우는 묘수로 승부를 걸었다. 알파고는 갑자기 흑91, 흑97, 흑101 등 연이어 실수를 범했다. 중앙 약점을 보강하지 않고 좌하귀에 보태주는 수까지 뒀다. 시간을 끄는 수를 연발하다 오히려 손해만 봤다.

이 9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변을 초토화하면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좌변 알파고 대마를 압박하며 선수를 잡고 활로를 찾기 어려웠던 백돌을 연결해 큰 이익을 봤다.

알파고-이세돌 9단 대국장 <사진 구글>
알파고-이세돌 9단 대국장 <사진 구글>

이후 중앙 전투에서 승부가 이 9단 쪽으로 기울었다. 알파고는 화면에 ‘알파고가 포기합니다(AlphaGo resigns)’라는 항복 메시지를 띄웠다. 알파고를 대신해 대국에 나선 아자 황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이 돌을 던져 패배를 선언했다.

알파고는 이날 계산하지 못한 수가 나오자 연속 오류를 범하며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약점은 알파고와 기존 바둑 프로그램이 모두 채택한 몬테카를로 트리서치 방식에서 나왔다. 이 방식은 다음 착수를 결정할 때 가능한 후보 수를 선정하고 각 수의 이길 확률에 의거해 판단한다.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알파고도 몬테카를로 트리서치 방식을 채택하는 이상 완벽하지는 않다”며 “기본적으로 후보를 줄여가며 계산하는 과정에 오늘 이 9단 묘수처럼 미처 계산하지 못한 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찾아 두기 때문에 이미 승기를 뺏긴 뒤에는 대책이 없다. 그래서 이후 사람으로 따지면 꼼수를 계속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바둑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알파고에서도 나타났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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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PD는 “백78을 알파고가 계산하지 못했다. 흑97, 흑101은 명백한 손해로 인공지능 오류”라며 “알파고는 이날 대국에서 계산하지 못한 수를 당했을 때 크게 당황하는 약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