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전용으로 만든 짧은 영상이 전통 미디어인 TV에 방영됐다. 모바일과 TV 콘텐츠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콘텐츠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14일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캐리소프트(대표 권원숙)와 모바일 영상제작사 72초(대표 성지환) 영상이 TV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TV에 안착한 콘텐츠는 캐리소프트가 제작한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다. 이 영상은 1인 진행자 ‘캐리’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법을 보여준다. 캐리소프트는 지난해 말부터 케이블TV와 SK브로드밴드(SKB), LG유플러스 등 IPTV에 콘텐츠 공급을 시작했다. KT도 곧 캐리 콘텐츠를 주문형비디오(VoD)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초중반에는 유튜브, 네이버tv캐스트 등 오직 웹에서만 캐리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캐리 콘텐츠는 단기간에 TV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SK브로드밴드(SKB)에 따르면 TV시장에 들어간 지 3개월 만에 캐리 콘텐츠는 SKB 어린이 분야 콘텐츠 중 VoD 시청 횟수 상위권을 기록했다. 권원숙 캐리소프트 대표는 “키즈콘텐츠 매출 순위 중 캐리콘텐츠가 3~4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2~3분 내외의 짧은 드라마, 예능 모바일 영상을 만드는 72초도 TV로 진입했다. 최근 Jtbc2는 ‘72초 TV’의 ‘72초’ ‘오구실’ ‘두 여자’ ‘바나나 액츄얼리’ 등 다양한 72초 콘텐츠 방영을 시작했다. 72초는 집중도를 높인 편집과 탄탄한 이야기 전개력을 갖춘 콘텐츠 제작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성경 Jtbc2 편성팀장은 “아직 방영된지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72초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 영상은 모바일용이지만 화질, 음악, 스토리 전개 등 TV 콘텐츠 못지 않은 탄탄한 구성을 갖췄다. 모바일 영상이 큰 편집 없이 TV로 바로 방영될 수 있는 배경이다. 캐리소프트와 72초는 제작 초기부터 HD와 UHD급 고화질 영상을 촬영했다. 모바일 전용 콘텐츠지만 TV로 방영되는데 손색없는 화질을 갖췄다. 권원숙 캐리소프트 대표는 “처음부터 고화질 원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다가올 UHD 시대를 대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캐리소프트는 네트워크 영상 스토리지, 실시간 가편집 시스템, 풀FD 촬영시스템을 갖췄다.
72초도 풀HD, UHD로 영상을 촬영했다. 성지환 72초 대표는 “스토리상 디테일한 미적 요소들이 두드러지는 영상 콘텐츠는 UHD로 촬영하면 보기에도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72초는 음악에도 신경을 쓴다. 72초 콘텐츠에 나오는 음악은 전부 자체적으로 만든 음악이다. 성지환 72초 대표는 “우리는 시청자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편집, 음악, 영상 화질 등에 많이 투자했다”며 “이것이 다른 모바일 콘텐츠와 차별성”이라고 분석했다.
두 회사가 콘텐츠 품질에 신경 쓴 이유는 유튜브 등 모바일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모바일 조회수 만으로 매출을 올릴 수 없는 구조다. 클릭 1회당 유튜브로부터 1원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동영상 100만 뷰를 기록해도 벌수 있는 돈은 100만원이다. 작품 완성도를 높여 TV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진출을 고민하는 이유다. 권원숙 캐리소프트 대표는 “앞으로도 특정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고 캐리 콘텐츠가 보여질 수 있는 플랫폼을 늘려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