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사 등 33개 금융회사가 일제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를 시작했다.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는 예·적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한다. 투자 수익의 250만원까지 세금을 감면해준다.
각 금융회사는 상품 판매에 앞서 지난달 중순부터 각종 이벤트를 통해 예약 가입자를 모집했다. 사전 예약자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이미 10000만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가입자 유치경쟁이 과열을 빚다 보니 금융회사들은 정확한 정보 제공에 소홀한 면이 적지 않다. 자칫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과장 마케팅 사례는 세가지다. 먼저 ‘완전 비과세’라는 표현이다. 이 상품은 투자 수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 수익에 대해 9.9% 세금을 부과한다. 기존 15.4%보다 낮지만 엄연히 ‘완전 비과세’는 아니라는 얘기다.
또 기본인 예·적금에 0.1% 수수료 등 비과세 혜택 대신 원금에서 수수료를 뗀다는 점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일부 투자 상품의 경우 원금손실 위험이 있고, 의무가입기간 5년 내에 해지하면 그동안 내지 않았던 세금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데도 ‘원금손실 제로’라는 설명을 곁들여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자세한 상품 설명 없이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불완전 판매 확산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불완전 판매가 생기지 않도록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수시 점검에 나서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한다면 ISA는 ‘만능통장’이 아닌 ‘불량통장’이 될 수밖에 없다.
ISA는 저금리 상황에 어울리는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이다. 고수익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접는 것이 바람직 하다. 가입자는 투자 성향 등을 꼼꼼히 따져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접근해야 한다.
ISA는 장기 분산투자 습관을 키우고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는 매력적인 금융상품임에 틀림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해 서민의 안전한 재테크 수단으로 정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