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폴리실리콘산업이 추락하는 가격 이외 또 다른 복병을 만나 허우적대고 있다. 생산 공정에 엄청나게 들어가는 전기 요금이다. 가격 원가를 맞추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전기요금도 원가 압박을 더하고 있다. 수출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특수업종은 맞춤형 전기요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OCI는 지난해 3000억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지불했다. 이 회사가 연간 생산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이 5만2000톤이고, 현재 ㎏당 13.8달러인 시세로 계산해보면 공장을 풀 가동해 폴리실리콘을 팔면 약 8000억원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매출 대비 전기요금 비중이 38%에 육박하는 셈이다.
폴리실리콘은 대표적 전기다소비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산원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은 30% 가량이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폴리실리콘 가격이 계속 내려가면서 생산원가로 알려진 ㎏당 14~15달러보다 더 떨어져 13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다. 전기요금은 오르고 제품 가격은 내려 원가비중이 40%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이 9.7% 오르는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33% 급등했다. 2004년부터 계산하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76.2%에 달한다. 폴리실리콘 업계에 더 부담이 큰 부분은 계절별·시간대별 피크 요금제가 적용되는 부분이다. 여름과 겨울 특정시간에 전력을 사용할 경우 최대 3배 이상 비싼 요금을 내야한다. 폴리실리콘업체는 업종 특성상 24시간 가동해야하기 때문에 비싼 요금대 시간도 감수해야 한다.
특히 과거 7~8월에만 적용하던 여름철 요금이 2014년부터 6~8월로 한 달 더 늘어났고, 최대부하시간도 11시~12시였으나 10시부터 적용돼 한 시간이 더 늘어났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정 업종에 실제 부과되는 금액기준으로는 매우 비싸다.
문제는 경쟁사가 위치한 미국·중국·독일보다 2배 비싼 전기요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전력 다소비 제조기업에 세제혜택 혹은 전기요금 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한전 독점 공급체제가 아닌 경쟁체제이기 때문에 전력요금 체계가 다양하고, 다소비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많다.
세계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규모를 갖춘 중국 GCL은 지역 평균가격 ㎾h당 11센트의 절반 수준인 5.8센트를 지불한다. 자가발전을 실시한 덕분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최근 일반산업 전기요금을 소폭 인하하고 전력회사와 산업용 소비자가 직접 협상하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해 부담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공장이 있는 헴록은 특별 전기공급 가격을 적용받아 이 지역 평균 전기가격보다 2.1센트 저렴한 4.9센트에 쓰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그랜트카운티 모세레이크 지역에 위치한 노르웨이 기업 REC는 전력요금으로 2.9센트를 내고 있다. 수력발전을 이용한 낮은 전기가격 혜택을 받는다. 독일 부르크하우젠에 위치한 바커는 전력 다소비 기업에 대한 정부세금 혜택지원으로 지역평균 가격 4분의 1인 5.4센트만 낸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24시간 가동으로 불가피하게 최대부하요금을 내는 업종에 대해 별도 요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국가처럼 전기요금 정책지원이 없는 우리 폴리실리콘업체가 외국 경쟁사에게 가격경쟁력이 밀리는 상황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전력이 남아도는데도 그대로 피크요금 체계에 변화가 없어 기업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유지되면 폴리실리콘 등 전력다소비 산업은 가격경쟁력을 잃어 가동을 멈춰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폴리실리콘 제조사 전력요금 비교(가격단위: ㎾h당 센트(US)>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