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알파고`를 꿈꾼다..인공지능 솔루션 업계 `기지개`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바둑 대결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바둑 대결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우리나라 인공지능(AI)산업의 현주소를 짚어 보는 좋은 기회였다. 척박한 산업 지형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미래 알파고`를 목표로 땀 흘리는 정보기술(IT) 중소·벤처기업도 재조명됐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AI 시장에서 기술력을 증명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알파고가 불러온 `AI 신드롬`은 정부 정책은 물론 기업 전략까지 수정할 정도로 뜨겁다. 우리 정부의 AI 투자 예산이 미국·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관련 부처는 앞 다퉈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로써 AI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

그동안 무관심하던 AI 솔루션 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독자 기술 확보는 물론 생태계 구축까지 시도한다.

솔트룩스 `아담` 시스템 개요도
솔트룩스 `아담` 시스템 개요도

솔트룩스는 올해 초 `아담`을 선보이며 한국형 AI 시스템에 대한 희망을 불러 일으켰다. 데이터 수집, 학습 방법은 기존의 AI와 유사하다. 기계 학습을 영어 외에 한국어 기반으로 진행했다는 점은 의의가 있다. 알파고를 비롯해 IBM `왓슨`도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AI 시스템을 활용한 서비스 출시에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 상황을 가장 잘 고려한 AI 시스템으로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년 동안 AI에 매달린 클라우다인도 독자 AI 기술 확보에 한 발짝 다가섰다. 기계가 지식을 습득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키는 병렬처리 컴퓨팅 플랫폼 개발을 완료했다. 올해부터는 두뇌에 해당하는 신경망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이미지 검색 등 콘텐츠 분야를 비롯해 제조, 헬스케어 영역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김병곤 클라우드다인 대표는 “알파고가 엄청난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학습한 것도 구글의 강력한 인프라가 지원됐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AI 인프라 독자 기술을 확보했으며, 여기에 신경망 알고리즘을 입혀 동영상·제조 분야 등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기술을 활용한 산업 생태계도 조금씩 만든다. 의료처럼 고도 기술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다방면에서 AI를 이용한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난다. 기술과 서비스를 결합한 스타트업의 등장은 AI 저변 확대와 산업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한다.

스탠다임은 기계학습 등 AI 기술과 시스템 생물학을 결합해서 제약 과정 및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세계 10대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최한 드림챌린지에 참가, 2라운드까지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모습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모습

루닛, 뷰노 등은 사람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의료영상 판독을 AI에 맡겼다. 모두 딥러닝을 활용, 대량 의료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분석해 감염 여부를 빠르게 판단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드론 촬영 모습
드론 촬영 모습

유비파이는 AI와 드론을 결합했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로 현재 위치와 주변 지형의 특징을 촬영해 인식한다. 위성항법장치(GPS) 이용이 어려운 실내에서도 비행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인다.

대학 연구실도 바빠졌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은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아이에게 보여 주며 영어 교육과 대화 기능을 제공하는 `뽀로로봇`을 만들었다. AI 가사 도우미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AI 솔루션 기업, AI를 활용한 스타트업까지 시장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한계는 있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성장이 더디다. 정부 지원은 물론 대·중소기업 협업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중소기업이 AI 시장 전체를 주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장기 관점에서 정부 투자가 이어지고, 삼성·네이버 같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손잡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