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신드롬이 한국형 인공지능(AI)을 깨운다. 세기의 대결에 안방을 내줬다는 불안감을 떨치고 따라잡겠다는 산업 육성 의지를 더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바탕으로 AI와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한다.
이세돌 9단은 1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 마지막 대결에서 280수 만에 불계패했다. 종합 성적 1대 4로 인공지능과 대국을 마무리했다. 이 9단은 지난 4국 승리 여세를 몰아 알파고를 처음 초읽기 국면으로 몰고 가며 선전했다. 후반 인공지능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아깝게 졌다.
이 9단과 알파고 대국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 중요성을 국내에 각인시켰다. 정부와 업계가 인공지능 가능성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AI 중심 4차 산업혁명을 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앞서 주도권을 잡도록 `산업구조 재혁신`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산업구조를 혁신하는 장기 대응방안 마련을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산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 ICT 혁신은 4차 산업 혁명에 비견될 만큼 산업 전반의 혁신을 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CT 강국이자 훌륭한 문화콘텐츠를 갖춘 우리나라가 이런 강점을 발전시킨다면 현재 진행되는 4차 산업 혁명을 앞서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 발언은 미국의 구글, IBM, 애플 등이 AI와 함께 자율주행차 및 빅데이터 등 미래기술에서 주도권을 쥐고 기술을 선점한 것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기술 투자에 더욱 적극 나서서 ICT 강국 자존심을 회복해야 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현상을 더욱 적극 수용한다면 콘텐츠, 핀테크, 헬스케어 등 ICT와 연계된 첨단 서비스산업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빅데이터 분석과 증강현실 전문가,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자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더 많이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파고 열풍은 정체된 국내 ICT 업계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솔트룩스, 클라우드다인, 스탠다임 등 벤처·스타트업은 미래 알파고를 향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AI가 미래기술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SW) 개발 인력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장은 “AI는 결국 SW”라면서 “SW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호준 SW/콘텐츠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 성현희 기자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