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클로즈업]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북스클로즈업]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올해부터 3년 연속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진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시작으로 대통령 선거,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이어진다. 당선용 공약이 판을 치고 국론은 사분오열될 게 자명하다. 유권자는 고민에 빠지는 시기다. 혈연과 지연, 학연이 또 다시 고개를 든다.

정치적 의도인지 모르지만 권리를 포기한 젊은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여행을 떠난다. 선거일이 아닌 휴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늘 선택은 후회를 남긴다. 시대를 이끌어 갈 대표자를 뽑는 선거는 더욱 그렇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신간을 내놨다. 기자 출신인 그는 1999년에 수필가로 등단하면서 필력을 알렸다. 이 책은 제목부터 나라 주인은 진정 누구인가를 준엄하게 묻는다. 집단 이기주의 덫에 빠진 줄도 모른 채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는 리더에게 던지는 각성제다.

저자는 우리 사회 지도부가 아직도 구시대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비민주적인 리더십에 사로잡혀 있다고 진단한다. 보수와 진보, 동지와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여전히 한국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다고 일갈한다. 대화와 타협, 합의 정치는 불가능한 상태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대신 반드시 바꿔야 할 정치 구조 변혁에 역점을 두고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여야 극한 대립이나 대통령과 입법부 불균형 관계, 대권 지상주의 등 한국 민주주의 고질적 병폐를 짚어냈다. 국회 선진화법과 비례대표제, 개헌, 정당 개혁 등 주요 사안에 대한 견해는 입법부 수장을 지낸 경험을 녹여냈다.

이 책은 총 4장과 부록으로 이뤄져 있다.

1장에서는 메르스, 세월호 등 국가적 재난이 끊이지 않는 본질적 이유를 살폈다. 심각한 불감증·건망증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는 목적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중요한 지도자 조건과 자격을 이야기한다.

2장에는 국회선진화법과 개헌, 비례대표제, 국정교과서, 규제 개혁, 관피아 척결 등 최근 2년간 일어난 중대 사안에 대한 제언을 담았다.

3장에서는 `기러기 아빠`를 만들어내는 한국 교육과 `땅콩 회항` 사건, 반구대 암각화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사색을 엿볼 수 있다.

4장에서는 하버드대학 강연과 국제 포럼 기조연설 등에서 밝힌 차기 대통령 선거, 한반도 국제전쟁과 동북아 정세 등 급변하는 세계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기록했다.

부록은 편지 형식으로 전한 메시지와 언론 매체 인터뷰, 대담 등을 실었다.

저자는 1992년 국회에 첫발을 들인 뒤 5선(14대~18대) 국회의원, 국회의장을 지내며 20년간 대한민국 정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은 책을 벗 삼아 세상을 관조하는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덕분에 원고마다 저자 코멘트를 새로 덧붙일 시간도 벌었다. 글을 쓴 동기나 요지, 에피소드, 시사점, 향후 전망까지 꼼꼼하게 적었다

선민의식, 엘리트 리더십이 각광받던 시대는 지났다. 시민의식과 대중을 포용하는 리더십이 대세다. 민주주의 소양과 주권의식이 부족한 국민은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중우정치·선동정치 표적이 될 뿐이다.

이 책은 거대 정당 횡포, 당·정·청 불화와 엇박자 등 성역을 없애고 소신껏 저자 견해를 밝혔다. 선거를 앞둔 작금에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오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1만6000원.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