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조명·환기·냉난방이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방향, 밝기, 온도를 달리한다. 창문 블라인드는 일사량에 따라 자동으로 접혔다 펴지고, 구내식당은 주차장에 진입하는 자동차 수에 따라 메뉴를 결정한다. 미래 도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운영되고 있는 빌딩의 모습이다.
통신·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등을 네트워크로 연계시켜 통합 제어하는 IoT는 전 세계적으로 가정, 에너지 시설, 도시 인프라 등 국가 경제 및 산업 전반에 대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빌딩 역시 기능과 안전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빌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능이 강조되면서 건축물 운영에서도 IoT가 주목받고 있다. IoT를 활용하면 개별 운영되는 조명, 공조, 차광, 방재, 보안, 서브시스템 등을 통합 관리하고 해당 데이터를 분석해 기능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
건축물에 IoT를 접목할 때 가장 큰 장점은 개방형 프로토콜로 여러 제조사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빌딩 용도와 요건에 따라 운영자가 편리하게 시스템 기능을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스마트 기기 등으로 로컬과 원격 빌딩 제어를 실행할 수 있어 운영자의 작업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IoT가 가져온 큰 변화다.
이와 더불어 오늘날 스마트 빌딩 생태계는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로 구현돼 정확한 탄소 배출량을 파악하고 에너지 비용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대만 타이베이 101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친환경건축물(LEED) 인증 빌딩으로 빌딩 관리 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타 건축물 대비 연간 70만 달러를 절감하고, 30%에 가까운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공항도 차세대 빌딩 통합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이전 대비 20% 이상 에너지를 절감했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총소비량 가운데 40%가량이 빌딩에서 소비되는 상황에서 이처럼 에너지양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면 국제 에너지 사용량 감소에 막대한 기여를 할 것이다.
빌딩 전체 수명주기를 비용으로 따져 보면 건축비는 전체 20%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비용의 80%를 운영비가 차지한다. 빌딩 운영 효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빌딩의 디지털화는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빌딩 자동화를 통해 최적의 환경을 제공, 빌딩의 가치 증대와 운영비용 절감에도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ICT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유리한 IoT 적용 환경을 이미 갖추고 있다. 서울과 주요 대도시에는 초고층 빌딩과 복합상업단지가 지속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은 건축물의 미관과 규모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원터치로 모든 전자제품, 기기, 시스템을 제어하는 스마트한 시대가 열린 이때 빌딩 관리 및 운영 또한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성에 초점을 맞춰 스마트하게 이뤄져야 한다.
신기후 체제에 맞춰 대도시 빌딩도 새로운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을 요구받고 있다. 인간이 사는 작은 도시인 빌딩이 기후 대응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것이 모인 도시는 물론 나아가 국가, 지구촌 차원의 기후 대응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변화와 대응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바로 디지털의 역할이다.
새로운 기술 플랫폼인 IoT가 단순히 기기와 기기를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의 질을 혁신시킬 수 있도록 고민할 때다.
크리스토프 에비셔 한국지멘스 빌딩자동화 사업본부 부사장 christoph.aebischer@sieme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