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20년 휴대폰 유통구조가 바뀐다

[이슈분석]20년 휴대폰 유통구조가 바뀐다

휴대폰 유통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20% 요금할인(선택약정) 급성장에 따른 자급제 시대 도래로 휴대폰 유통 대형화·다변화 추세가 뚜렷하다. 이동통신사는 직영점을 강화하고 제조사와 대형 유통점, 온라인몰 등이 속속 휴대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유지되던 이통사 중심 유통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통3사가 과점하던 시장이 열린 체제로 바뀌면서 휴대폰도 치열한 가격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에서 밀려 생존이 위태로운 중소 유통점을 위해서는 별도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 요금할인 폭풍 성장…자급제 `급가속`

20% 요금할인 성장세는 폭풍급이다. 1월 500만명을 넘어선 가입자는 어느새 6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휴대폰 소유자 10명 가운데 한 명은 20% 요금할인 혜택을 받는다는 뜻이다. 월 가입자가 70만~80만명에 이른다.

프리미엄 휴대폰에 가입자가 몰린다. 지난해 11월 아이폰6S 출시 직후 선택약정 비중은 역대 최고치(36.3%)를 기록했다. 이통사 지원금이 적어 선택약정 혜택이 중저가폰보다 크다. 갤럭시S7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주말 이통3사 선택약정 가입비율은 50%를 넘어섰다. 1월 24.6%와 비교해 갑절 늘었다. 갤럭시S7이 선택약정 가입을 이끌었다.

하이마트에선 갤럭시S7·S7 엣지 구매 고객 80%가 선택약정을 택했다. 이제는 선택약정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올해 LG전자 G5, 삼성전자 갤럭시노트6, 애플 아이폰7 등 프리미엄폰이 줄줄이 출시를 기다린다. 선택약정 인기는 당분간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프리미엄 모델 출시 직후에는 공시지원금보다 선택약정이 유리하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에 휴대폰 자급제 시장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급제는 요금제와 단말기 판매의 분리가 핵심이다. 선택약정에선 휴대폰 따로 요금제 따로 구입할 수 있다. 자급제다. 한 이통사에서 둘 다 구입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다. 예전에는 반드시 한 곳에서 둘 다 사야 했다. 그게 차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클럽은 자급제를 부추긴다. 휴대폰은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에서 사고, 요금제 가입은 아무 이통사에서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선택약정이 열어젖힌 자급제 시장이 없었다면 갤럭시 클럽은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휴대폰 유통구조 변동…대형화·다변화 추세 뚜렷

자급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만나면서 휴대폰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단통법의 기본은 차별 금지다. 장소나 시간, 판매 유형(기기변경·번호이동)에 차별이 없다. 가격이나 지원금이 동일하다.

차별이 없으니 발품이 필요 없다. 가깝고 편한 곳, 서비스 좋고 혜택 많은 곳으로 몰린다. 자급제 시장이 열리면서 반드시 이통사 매장에서 구입할 필요도 없다. 자연히 대형 매장, 비이통사 매장이 성장한다.

우선 이통사 매장이 커진다.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실 자료에 따르면 이통사 전속점·직영점 갯수는 단통법 직후 8424개에서 지난해 11월 9900개로 늘었다. 1년여 만에 1500여개 급증했다.

다양한 대형 유통점이 등장한다. 하이마트가 대표적이다. 이통사가 지원금을 주지 않는 휴대폰은 가전제품과 다를 게 없다. 가전유통점이 휴대폰을 파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회사는 전국 440여 매장에 휴대폰을 전면 배치했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와 LG전자 베스트샵도 휴대폰 판매를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클럽을 도입하면서 유력 휴대폰 유통채널로 급부상했다.

11번가 등 온라인 유통점도 휴대폰 판매에 공을 들인다. 자급제 최대 효과는 `단말 판매경쟁`이다. 이통3사가 유통을 장악했을 때는 경쟁이 부족했다. 유통망이 다양해지면서 단말기 판매도 경쟁이 이뤄진다. 이통3사는 요금·서비스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선택약정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중소 유통점은 생존경쟁 내몰릴 듯

중소 유통점은 생사 갈림길에 섰다. 휴대폰 유통 경쟁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중소업체는 설 곳이 줄었다. 2015년 한 해 전체 이동통신 유통 시장에서 중소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감소했다. 그 자리를 대형 유통점이 차지했다.

중소 유통점이 겪는 실제 고통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퇴출 위기에 몰린 업체가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판매점 50%가 당장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면서 “경기 침체로 매장이 빠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1인 매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중소 유통점이 위기에 빠진 가장 큰 이유로는 `이통사 의존 심화`가 꼽힌다. 중소 유통점의 수익 원천은 이통사가 지급하는 판매장려금과 관리수수료(요금제에 대한 판매장려금)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지면서 휴대폰 판매량이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단통법 이후 기기 변경이 확대됐다. 이통사는 기기 변경보다 번호 이동에 훨씬 많은 판매장려금을 지급한다. 갤럭시S7이 출시된 지난 주말 책정된 판매장려금은 기기 변경 4만원, 번호 이동 18만원이었다. 번호 이동이 네 배 이상 많다.

2014년 7대 3이던 번호 이동과 신규·기기변경 비율은 지난해 3대 7로 역전됐다. 이에 따라 월평균 단말기 판매수익이 50%가량 감소했다는 게 이동통신유통협회의 주장이다. 협회는 주말 이통사 직영점 운영 제한을 확대하고 자체 판매서비스 강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종천 이사는 “휴대폰 유통구조가 변한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다만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이통사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