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에 제품 개발과 생산·판매는 일정 규모 이상 크기를 갖춘 기업 몫이었다. 개인이나 스타트업이 시제품을 만드는데 많은 돈이 필요하고 이후에도 생산, 마케팅, 배송, AS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자본이 없는 개인이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투자 받아 제품을 만들고 판매가 가능하다. 킥스타터(Kickstarter)는 이같은 역할을 하는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키우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크고 작은 혁신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고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로 발전했다.
킥스타터는 2008년 뉴욕에서 페리 첸 등 3명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콘서트 개최 비용을 고민하다 콘서트 참가 희망자에게 티켓 비용을 먼저 받는 사이트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를 확대해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나 개인이 투자사가 아닌 대중에게 직접 십시일반으로 모금을 받아 제작 재원을 마련하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기발한 프로젝트나 제품개발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나 회사는 킥스타터에 제품 내용을 설명하는 게시물을 올린다.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과 모금기한도 명시한다. 소비자는 소개 페이지를 보고 기부를 결정한다. 전체 모금금액이 달성되면 이 돈은 제품 제작에 사용된다. 투자자는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제품을 가장 먼저 받아볼 수 있다.
킥스타터는 단순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가 아니다. 하나의 마케팅 채널이다. 제품 제작에 참여한 투자자는 소비자이면서 제품을 홍보하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한다. 제품 사용후기를 올려 인터넷에 올려 입소문을 내는 마케터 역할을 한다.
킥스타터에서 투자유치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페블 스마트워치`다. 2012년 에릭 미기코브스키 페블 CEO는 기발한 스마트워치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투자자에게 제시하고 투자를 권유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갤럭시 기어나 애플워치가 나오는 마당에 어떻게 투자 하겠느냐는 말을 수차례 들어야 했다.
그는 킥스타터 도움을 받기로 했다. 킥스타터에 상품 아이디어와 목표모금액, 제품 개발완료 예정시점 등을 올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페블은 무려 7만여명이 십시일반해 1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았다. 페블은 지난해 3월 신제품 `페블타임`을 킥스타터에 내놔 신화를 다시 썼다. 페블타임은 224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해 킥스타터에서 가장 투자를 많이 받은 상품 1위에 올랐다.
가상현실(VR) 헤드셋 제조업체 오큘러스도 2012년 킥스타터에서 한 달 만에 240만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팔머 럭키 오큘러스 창업자는 킥스타터에서 지분을 팔지 않고도 개발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오큘러스는 2014년 3월 페이스북에 20억달러에 매각됐다. 킥스타터에서 첫 투자금을 받은 지 2년 만에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이다.
킥스타터는 사람이 열망하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공동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창업자 얀시 스트리클러는 “신명나는 아이디어로 제작된 제품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라며 “모금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거리와 문화가 되면서 투자자가 소속감을 키우고 고객도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각양각색 프로젝트 개설자와 투자자가 모이다 보니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킥스타터에서 목표금액 모금에 성공한 프로젝트 개설자가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해 도덕성 논란에 휩쓸리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킥스타터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킥스타터 현황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