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료 기술은 이미 세계 수준이다. 한류 영향으로 해외에서 원정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도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최첨단 의료장비 기술 격차는 여전하다. 로봇 수술기기 해외 의존도는 100%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첨단 장비의 수입 의존도 역시 95%에 이른다.
국내 기업과 의료진은 디지털 헬스케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레드오션인 시장보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가장 앞선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14년 5월 개방형 건강관리 플랫폼 `삼성 디지털 헬스`를 공개했다. 구글이나 애플이 집중하는 플랫폼 경쟁에 직접 뛰어들었다. 삼성 디지털 헬스는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심밴드(Simband)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 사미(SAMI)로 구성된다. 최근에는 숙면을 유도하는 `슬립센스`를 내놓기도 했다.
슬립센스는 납작한 원형 형태의 센서다. 사용자의 침대 매트리스 밑에 놓아두기만 하면 수면 데이터를 알아서 분석한다. TV, 에어컨, 오디오 등과 연동해 사용자 수면 상태에 따라 가전제품을 자동으로 조절해 숙면을 돕는다.
삼성은 심밴드와 사미로 헬스케어 서비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스포츠 용품업체, 보험사, 의료·연구기관 등 20개 이상 업체 및 기관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LG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기기와 플랫폼 제조에 집중하는 것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솔루션 업체인 LG CNS와 LG유플러스를 주축으로 하여 외부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이다.
LG CNS는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사업에 나섰다. 대형 요양병원에 의료정보시스템을 공급했다. 의료 비용이 비싼 미국은 퇴원 후 재활 치료가 가능한 요양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랐다.
LG유플러스는 2010년 명지병원과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을 공동 추진했다. 2012년 보령제약과 융합형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을 협력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자생한방병원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생한방병원과는 척추 건강을 위한 헬스케어 솔루션도 개발했다. 앉은 자세를 분석한 결과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제공하는 기기도 제작했다.
기업 외에 정부 차원에서도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개인 건강 정보에 기반을 둔 개방형 ICT 힐링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힐링 서비스는 생활습관 개선 서비스다.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건강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병 위험도를 예측해 제공한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