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 지나는 사파이어 잉곳…구조조정 효과로 반등 기회 생기나

국내 사파이어 잉곳 업계 구조조정이 막바지에 이르는 모습이다. 미래 성장성에 주목해 뛰어들었던 기업이 하나둘 사파이어 잉곳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재조정하면서 공급 업체가 몇 군데 안 남아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드 계열 사파이어 잉곳 업체인 유니드엘이디는 자구책 마련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5월 출범 이후 줄곧 적자가 이어지자 장비 매각을 포함한 여러 회생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드엘이디는 OCI 방계 회사인 유니드가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을 겨냥해 설립한 기업이다. LED 시장이 개화하면서 핵심 소재인 사파이어 잉곳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투자했다.

이화영 유니드 회장의 사위 한상준 유니드 부사장이 유니드엘이디를 맡았지만 매년 적자가 누적됐다.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수혈에도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8억원인 반면에 영업손실은 82억원에 달해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OCI는 사파이어 잉곳 사업을 아예 접었다. 이 회사는 2011년 전북 완주에 사파이어 잉곳 공장을 설립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5년 만에 철수했다. OCI는 2015년까지 시장점유율 20%, 글로벌 톱3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아 적자가 지속됐고, 결국 사업 중단에 이르렀다.

발광다이오드(LED)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사파이어 잉곳(왼쪽)과 사파이어 웨이퍼.
발광다이오드(LED)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사파이어 잉곳(왼쪽)과 사파이어 웨이퍼.

사파이어 잉곳은 고순도 알루미나를 녹여 만든 덩어리다. 잉곳을 잘라 웨이퍼를 만들고, 웨이퍼를 LED칩 제조에 쓴다. LED 필수 소재여서 2010년 초 대기업, 중견기업을 가리지 않고 다수 기업이 눈독을 들였지만 한계에 봉착한 기업이 이제는 더 많아졌다.

삼성은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대구에 사파이어 잉곳과 웨이퍼 합작법인(SSLM)을 설립했지만 2013년 지분을 정리했다. 동국제강이 인수한 DK아즈텍은 법정관리 중이다.

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전방산업 지연으로 공급을 소화 못하며 기업을 압박한 결과다.

사업 철수나 축소를 결정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국내 사파이어 잉곳 업계 구조조정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일진디스플레이, SSLM 등 국내 남은 제조 기업이 손에 꼽히는 상황이라는 게 근거다.

사파이어 잉곳 업계 관계자는 “시황 개선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후발주자이던 중국이 빠르게 성장해 다른 기업도 안심할 순 없지만 국내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