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가이드라인 논란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3년의 한시성 효력 발생 기간이 이미 끝났다. 이후 효력 연장 여부나 적용 범위를 두고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1년 6개월여를 흘려보냈다.
대기업은 효과가 떨어지는 제도라며 불만이고 중소기업은 상생을 내세우고 있다. 좀처럼 둘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최근 동반위는 MRO 가이드라인을 업계 간 상생협약 형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주체를 만나 설명과 설득에 한창이다. 하지만 업계 간 이해는 엇갈린다. 동반위 자체도 어떤 게 좋은지 판단하기보다는 잡음 없이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뜻만 강해 보인다.
해법은 제도의 효과나 경제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합의는 쉽지 않고 어설픈 문제 봉합은 향후 문제를 더 키울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산업 효과를 기준으로 제도 유지나 존폐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
애초 제도 도입의 취지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을 이루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4년여 기간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MRO에서 모두 성장을 기록하지 못했다. 매출이 뛴 곳은 삼성에서 주주가 바뀐 아이마켓코리아와 외국계 MRO 전문업체 등이다. 원래 기대한 효과는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 MRO에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매출이 정체를 겪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중소 유통업체를 살리자고 중소 제조사가 좋은 서비스를 활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업계의 의견을 조율하는 동반위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 성장과 기업에 이익이 되는 쪽의 협약이 필요하다. 합의 자체에만 몰입하면서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