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진화 역사는 매혹적인 이야기 소재다. 과학자는 인간이 왜 인간으로 진화하게 되었는지 밝히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인간과 침팬지는 공통 조상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전혀 다른 존재가 돼 있다. 같은 조상에서 출발했지만 왜 침팬지는 지금도 침팬지이고 인간은 인간일까?
수백만년이라는 과거를 탐구하기에는 고고학적 증거가 너무 모자라다. 아주 오래된 역사 속 인간이 기록한 사진이나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유골은 화석이 됐고 아주 일부 도구만, 그것도 돌로 만든 도구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것으로는 인류가 발달한 과정을 모두 추적할 수 없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사회적 뇌`다. 사회를 유지하려고 발달한 뇌를 이렇게 부른다. 사회적 뇌 가설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다. 인간이 큰 뇌를 가진 이유는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사회생활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사교하는 관계를 말한다.
1990년대에는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나오는데 각 종이 이루는 무리 크기와 뇌 크기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장류는 신피질이 발달하면서 복잡한 사회생활 압력을 버틸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이렇게 자료로 뒷받침된 사회적 뇌 가설을 바탕으로 고대 인류생활을 역추적할 수 있게 됐다. 구석기 시대 인류도 그들 나름의 사회성을 획득했음을 확인하고, 인류의 커다란 비밀을 한 꺼풀 벗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다른 동물과 다르게 `사회성`을 선택한 것일까? 인간은 사회성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강요받았다. 나무에서 내려온 인간은 서로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았다. 나무나 숲과 달리 인간종이 살던 너른 평야는 외부 공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포식자에게 대응하려면 협력해야 한다. 서로 협력하라는 선택이 점점 인류를 사회적이게 하고 사회로 유지하게 했다.
좀 더 사회적인 무리는 생존에 조금 더 유리했다. 좀 더 사회적 무리를 유지하려면 내 의도와 상대방 의도를 짐작해야 할 만큼 정신적으로도 발달해야 했다. 이런 사회적 압력을 감당하기 위해 점점 뇌는 커졌고 부수 효과로 지금과 같은 인간지능을 얻게 된 것이다. 결국 인간이 똑똑하기 때문에 사회성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사회를 만들었다. 또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뇌가 발달한 것이다.
저자는 인간은 어느 순간 결정적인 계기에 의해 진화하는 것은 없었다고 말한다. 구석기 시대에서 갑자기 신석기 시대로 건너뛰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불을 피우는 방법을 발견한 것도 아니다. 첫 번째로 불을 피우는 법을 개발한 이는 있겠지만 사회적 교류를 통해 기술은 점차 전파되어 보편적 기술이 된다.
결국 인터넷 등 인류를 결속하고, 관계망을 구축하고,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사회적 뇌의 산물이다. 최신 첨단 기술의 화려한 이면에는 포식자에 대응하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오래된 진화역사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로빈 던바 외 지음. 이달리 옮김. 처음북스 펴냄. 1민7000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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