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콩코드라는 비행기가 있었다. 여객기이지만 웬만한 전투기보다 빨랐다. 영국과 프랑스가 힘을 합쳐 만들었다. 그래서 이름이 `콩코드(협조)`다.
붐(Boom)이라는 스타트업이 최근 화제다. 대기업도 아닌 스타트업이 콩코드보다 빠른 여객기를 내년 말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저렴한 우주여행 상품으로 유명한 버진그룹이 10대 주문했다. 수년 내 상용화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양분하는 여객기 시장의 빈틈을 `초음속`으로 헤집고 들어왔다. 그만큼 성장 여지가 남았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말 일본과 중국은 각각 독자 개발한 여객기를 선보였다. 두 나라 모두 300대 이상 수주 실적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여객기 개발 계획조차 없다. 아니 중단됐다. 1993년부터 추진한 중형 항공기 개발 사업은 어느 새 자취를 감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여객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4인승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 `나라온(KC-100)`이 전부다. 중형 여객기는 브랜드가 없는 데다 독자 개발도 어렵다는 게 정부의 중단 이유다. 정작 개발해도 국내 수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을 비롯해 2000년 이후 새로 생겨난 저가항공사(LCC)만 여러 곳이다. 제주항공이 올해 도입키로 한 여객기만 여섯 대다. 게다가 브랜드가 없기는 중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였지만 잘 팔린다.
기술 기반이 있어서겠지만 록히드마틴이 마하6에 이르는 극초음속 전투기 개발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면 충분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조원이 넘는 돈을 4대강에 쏟아 부었다. 세계 항공산업은 2023년까지 7246억달러(845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 가운데 우리 몫은 없다. 돈은 있지만 국산화의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