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사업자 부담 커져…`잊힐 권리` 가이드라인 쟁점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안)이 공개되자 서비스 사업자가 규정된 대로 접근배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모호한 규정과 구현 불가능한 요소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대부분 인터넷 사이트는 본인이 게시글을 삭제하는데 문제가 없다. 이용자는 먼저 직접 게시물 삭제를 시도한 후 어려울 때 접근배제 요청권을 행사한다.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사례를 들어 접근배제 요청 권리 행사 예시 6가지를 제시했다. 업계는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회원 탈퇴 또는 1년간 계정 미사용 등으로 회원정보가 파기돼 이용자가 직접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다. 현행 법령은 이용자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회원 탈퇴 시 사업자가 해당 이용자 개인정보를 파기하도록 했다.

사업자는 회원에서 탈퇴한 이용자가 뒤늦게 자신이 게시물 작성자라고 주장하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쪽에서는 탈퇴한 이용자 개인정보를 빨리 없애라 하고, 다른 쪽에서는 떠난 이용자도 확인해 보호하라고 주문하는 형국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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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계정정보를 분실해 이용자 본인이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업자는 회원 계정정보 분실에 대비해 가입 시 입력한 보조수단 등으로 재확인을 지원한다. 이용자가 이를 통해서도 계정정보를 찾지 못하면 사업자 역시 게시물 작성 주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게시판 관리자가 서비스 정책 등을 이유로 삭제 권한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는 서비스 정체성과 안전성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사업자가 자사 정책에 따라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약관을 공지하고, 이용자가 동의했다면 추후 재조정이 여의치 않다. 이용자는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는 사정이 있겠지만 사업자가 예외를 적용하기 부담스럽다. 사업자 스스로 서비스 정책을 번복하는 셈이어서 사업적으로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접근배제 조치에 관해 제3자가 이의를 제기했을 때 사업자가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가이드라인은 이의신청 주체를 `해당 게시물을 접근배제 요청인이 작성·게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작성·게시한 것임을 주장하는 등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 정의했다.

이해관계에 따른 이의신청이 이어지고 최초 접근배제 요청인과 제3자 간 가치 충돌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사적·공적 영역 어느 쪽이든 사업자가 이해관계자 간 가치 충돌을 정리하기는 버겁다. 자칫 그릇된 방향으로 판단을 내리면 당사자 피해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문제를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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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