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도 TV에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게임의 전설로 통하는 `슈퍼마리오`와 `파이널 판타지` 등 명작도 이때 등장했다. 당시 친구 가운데 한 명은 집에서 닌텐도 패미컴이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오락실에서도 보기 힘든 게임을 동전을 넣지 않아도 맘껏 할 수 있어서 게임에 목마른 어린이에게 최고 선물이었다. 닌텐도 증후군이라는 증세가 나타날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등장으로 비디오형 콘솔 게임은 차츰 자리를 잃어 갔다. 최근에는 일부 마니아만의 전유물로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닌텐도 위(Wii),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360,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정도가 우리가 아는 전부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다르게 콘솔 게임 시장은 여전히 강세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206억달러(약 24조7200억원), 비디오 게임 시장이 251억달러(30조1200억원)로 추산된다. 큰 화면으로 즐기는 고성능 게임이 여전히 인기다. 스마트폰이 콘솔 게임을 완벽히 대체하기 힘들다는 증거다. 오는 2018년에는 268억달러 규모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뉴주는 전망했다.
◇콘솔의 진화
최근 들어 콘솔 게임이 진화하고 있다. 가상현실(VR) 헤드셋에 터치형 컨트롤러까지 콘솔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선명한 화질이나 버튼이 여러 개 달린 기존의 조이스틱만으로는 눈이 높아진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니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접목시켰다. 최근 PS4용 VR 헤드셋 플레이스테이션 VR를 발표했다. 오는 10월부터 399달러에 판매한다. 소니는 이를 위해 4K 영상을 구현하는 PS4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R 영상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선명한 화질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콘텐츠도 보강된다. 소니 외 서드파티 업체도 VR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지원 게임 수는 50개 이를 전망이다.
닌텐도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NX`다.
4K 영상에 터치 컨트롤러, 동작인식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X는 세계 최대 게임쇼 `E3 2016`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는 판매가 부진한 Wii U 생산을 올해 말 중단하기로 하면서 배수진을 쳤다.
◇콘솔 게임, 모바일로 이동
닌텐도는 콘솔 게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모바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콘솔용 게임을 모바일에 맞게 재설계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쪽으로는 닌텐도가 앞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모바일 게임은 없다”던 닌텐도가 지난 17일 스마트폰용 게임 `미토모(Miitomo)`를 출시했다.
`미토모`는 한때 인기를 끈 싸이월드 아바타처럼 자신을 닮은 캐릭터 미(Mii)를 만드는 게 시작이다. 얼굴형이나 눈, 코, 입을 결정하고 헤어스타일까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히고 상황에 맞게 동작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셜네트워크 기반이어서 친구들과 특정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하고 댓글을 달 수도 있다.
닌텐도의 과감한 변신은 일단 성공했다. 출시 사흘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닌텐도는 디엔에이와 함께 2017년 3월까지 총 5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소니도 모바일 게임 경쟁에 합류했다.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인기를 끌던 게임을 모바일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는 다음 달 1일 `포워드웍스(ForwardWorks)`를 설립한다.
포워드웍스는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을 모바일용으로 제작한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이나 캐릭터 등을 개발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한 게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개발한 게임은 일본과 아시아 시장에 우선 출시된다. 미국 출시는 미정이다.
SCE는 “스마트디바이스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게임성을 강조한 게임을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면서 “SIE는 포워드웍스 설립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드는 한편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