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받는 내연기관, 먼 미래만 보다 균형 잃은 자동차 R&D...자동차 선진국과 너무 대조적

앞으로 수십 년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 연구개발(R&D)이 친환경·자율주행 등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엔진 관련 R&D가 지나치게 홀대받고 있어 `먼 미래만 보다가 가까운 미래까지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차 관련 규제를 적극 도입하면서도 내연기관 R&D를 놓치지 않는 자동차 선진국과도 대조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관련 국책 R&D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기술 개발 과제는 전체 자동차 관련 사업 중 10%에도 못 미친다. 현재 공모가 진행 중인 자동차 관련 2016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에서도 21개 중 1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디젤엔진 적용 전자식 복합기능 VVA(Variable Valve Actuation) 기술 개발`을 비롯해 산업핵심기술개발 사업 26개 중 3개가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기술개발 과제였다. 이처럼 정부에서 나오는 대다수 자동차 관련 과제는 친환경차 또는 스마트카 관련 기술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부터 중점 두는 기술은 융합기술이다. 때문에 그린카·스마트카 PD실을 통합하겠다고 밝히며 융합 과제를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부처 합동으로 추진 중인 대형 과제도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 사업이다.

시장 방향과 다른 정책이 나오는 이유는 정부가 내연기관 관련 과제를 민간 영역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지 않은 미래 자동차 기술에 정부 R&D 과제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완성차가 아닌 생태계에서 나타난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내연 자동차는 국내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이들 차에 들어가는 엔진관련 부품은 모두 외산이다. 중견, 중소기업은 국책 과제에 참여함으로써 선행 기술 개발에 동참할 수 있지만 국책과제가 없다보니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중소기업에게는 향후 몇 십 년 동안 주도할 시장에 들어갈 기술을 개발할 기회가 없는 셈이다.

이는 일본·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세계적으로 디젤 엔진 연료효율은 현재 50% 수준에서 60%로 끌어올리는 국가 주도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가솔린 엔진은 35% 수준에서 5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연간 수백억엔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기관에서도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도 내연기관에 대한 연구개발이 홀대 받는 일은 없다. BMW는 이달 초 미래 전략을 발표하면서 내연 기관 기술을 향상시키는 전략(Efficient Dynamincs NEXT 전략)과 자율주행·전동화·디지털화를 동시에 견인하는 `듀얼 전략`을 발표했다.

BMW가 향후 미래 전략인 `넥스트`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BMW가 향후 미래 전략인 `넥스트`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BMW가 향후 미래 전략인 `넥스트`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BMW가 향후 미래 전략인 `넥스트`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포드도 지난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오토 & 모빌리티`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는 듀얼 전략을 발표했다. 내연기관 효율성을 끌어올리면서 스마트화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는 내연기관 연구를 열심히 하지만 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는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이 줄어드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향후 수십년은 내연기관에 산업이 의존할 텐데 중소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국책과제는 너무 먼 미래만 바라보고 있어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