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규제 완화로 풍력발전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외산 풍력발전기 설치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 `남 좋은 일`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업 불황으로 우리나라 대부분 풍력발전기 제조업체가 손을 뗀 사이 외국 풍력발전기업체가 거세게 밀고 들어오는 양상이다.
28일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풍력발전기 보급량은 사상 최대치인 223.4㎿를 기록했다. 이 중 외산 풍력발전기가 절반을 넘는 119.4㎿를 차지했다. 한국산 풍력발전기는 104.1㎿로 외산에 밀렸다. 외산 풍력발전기 보급량이 국산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풍력발전 시장은 초창기 베스타스 등 외산 중심으로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러다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현대중공업·두산중공업 등 국산 비중이 더 커졌다. 2014년까지 매년 국산 제품 보급이 더 많았지만 조선산업 타격으로 안방시장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풍력업계는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경영 악화로 풍력사업을 축소하는 틈을 타 외국 풍력기업이 보급 물량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커진 안방시장에서 외국기업만 배불리는 상황이 전개될 것을 우려했다. 올해 설치 예정 물량이 해상풍력을 포함하면 654.2㎿에 달하지만 국산 제품은 많아봐야 300㎿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외산 제품 강세 뒤엔 높은 발전효율이 자리하고 있다. 베스타스, 지멘스, GE 등 글로벌업체 풍력발전기는 국산 발전기보다 발전효율이 통상 10% 정도 더 나온다. 풍력발전사업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투입되는 투자사업인 만큼 민간 투자사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외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산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공급하는 국내 업체는 두산중공업, 유니슨, 한진산업 정도다.
풍력업계는 이처럼 일부 풍력발전기 제조사만 살아남은 상황을 개선할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산 풍력발전기 공급능력이 달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중공업 풍력사업부 스핀오프(사업분리 후 회사화) 작업을 서둘러 안방 시장 플레이어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5년 새 풍력발전 입지 규제가 심해 계획된 사업조차 추진하지 못하면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기업이 실적을 내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 우리 풍력산업 근간이 무너졌다”며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풍력산업 기반 붕괴를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도별 풍력발전 보급량
자료:한국풍력산업협회
연도별 국내 풍력발전기 설치현황
[자료:한국풍력산업협회]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