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사범과 알파고의 대결은 제4차 산업혁명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디지털 정보통신 혁명이라 부르는 제3차 산업혁명의 기반 위에서 디지털, 바이오, 나노 등 기술의 급속한 융합에 의해 창조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인공지능(AI_), 소프트웨어(SW),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의 핵심 기술이 촉발하는 새로운 산업혁명은 기업경영의 총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제3차 산업혁명이 개별 기업·산업·국가 단위로 이뤄진 반면에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컴퓨터 및 통신 기술이 로봇, AI, 센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결합해 높은 수준으로 통합된 형태로 전개된다. 높은 수준의 통합이란 물리학에서 나오는 창발(emerging) 현상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거대 산업이 사전 예측이 어렵게 갑자기 등장하면서 드라마틱하게 기업의 흥망성쇠를 연출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 구조에서는 특정 산업 안에서 지속되는 경쟁우위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워진다. 그동안 기업이 추구해 온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가 신기루로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코닥, 소니, 필립스, 노키아 등의 사례에서 보듯 특정 산업 안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도 갑자기 떠오르는 비즈니스 기회를 놓침으로써 하루아침에 시장을 빼앗기는 것이 다반사가 됐다.
이렇듯 세계 최고의 역량도 한순간에 무가치하게 만들어 버리는 `역량파괴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한다.
첫째 기회추구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 특정 산업 안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역량을 축적해 나가는 전략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게 됐다. 즉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는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제는 일시성 우위를 찾아 끊임없이 기회를 추구해야 한다.
둘째 산업(industry) 개념보다 기술과 형태가 다양한 기업들이 각축하는 장(area)의 개념이 더 중요하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특정 산업 내에서 공장 및 사무 자동화, 금융 및 물류 시스템 혁신 등에 집중한 반면에 미래에는 한 지역과 한 산업에 머물지 말고 국가 간 경계와 산업별 장벽을 넘어서서 전 세계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산업 내 경쟁 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에 산업 분석이나 경쟁 분석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략 틀을 짜야 한다. 즉 안 보이는 새로운 기회를 향해 조직 자원과 문화를 끊임없이 재구성하고, 아무리 캐시카우 사업이라 하더라도 미래 기회라는 관점에서 부정적이면 과감히 해체하면서 새로운 우위(advantage)를 획득해 나가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넷째 선발주자가 되기 위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선발형 기회 추구를 위한 혁신 생태계란 공급자와 고객뿐만 아니라 잠재된 제3의 공급자, 때로는 경쟁자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이 생태계 안에서 개방형 혁신과 협업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아이디어를 획득하고 새로운 기회를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창의 조직 문화로 변화해야 하며, 새로운 리더십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과학기술 간 융합 현상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 기회와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사전 예측이 어려운 창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의형 인재와 소규모 혁신 벤처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와 활력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우위 획득에 필수가 됐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추구해 온 후발형 기회는 추격(following)이 키워드였다. 반면에 선발주자가 추구해야 할 혁신은 창발(emerging)이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선발형 기회란 급속한 기술 융합으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산업혁명은 산업 및 업종 간 무경계성, 시장 예측의 어려움, 급변 상황의 상시화 등으로 기업들로 하여금 극한의 불확실성(extreme uncertainty)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극한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최근 삼성전자가 추진하기 시작한 실용주의 리더십, 기술 획득을 위한 인수 합병(M&A) 전략, 수평적 조직 문화, 상하 간의 격의 없는 소통, 자발적 몰입 강화 등은 올바른 방향의 혁신 대안이라고 평가된다. 21세기형 신경영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이장우 (성공경제연구소 소장, 경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