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표준 초읽기…기존 TV 업그레이드 비용 놓고 고민

삼성전자와 SBS는 차세대 지상파 UHD 방송 규격 ATSC 3.0을 통한 실시간 실험 방송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SBS는 차세대 지상파 UHD 방송 규격 ATSC 3.0을 통한 실시간 실험 방송에 성공했다.

지상파 초고화질(UHD) 표준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기존에 판매된 UHD TV 업그레이드 문제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유력한 ATSC 3.0이 표준으로 확정되면 기존 UHD TV는 방송을 수신하는데 별도 셋톱박스 설치 등 하드웨어(HW)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기술 문제보다는 정부와 방송사, 제조사 등이 어떻게 비용을 부담할지가 관건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UHD 방송 표준 선정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 학계 등이 협의에 착수했다.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제조사, 학계 등이 참여하는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 협의회`를 중심으로 표준 선정 작업을 진행한다. 협의회는 유럽식 DVB-T2와 미국식 ATSC 3.0 표준을 비교, 검토해 오는 6월까지 국내 환경에 적합한 표준을 결정한다.

지금으로서는 ATSC 3.0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ATSC 3.0은 영상 및 오디오 정보 압축률이 뛰어나고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삼성전자, LG전자가 연이어 시험방송에 성공하면서 기술적 준비도 마쳤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2014년 월드컵을 `DVB-T2` 방식으로 UHD 실험방송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2014년 월드컵을 `DVB-T2` 방식으로 UHD 실험방송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지난해부터 DVB-T2 방식을 이용, 시험방송을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기존에 판매된 UHD TV에는 유럽식 DVB-T2 튜너가 내장돼 있다. ATSC 3.0 규격 튜너는 내장되지 않아 ATSC 3.0 방송이 시작되면 시청할 수 없다.

협의회도 문제를 인식하고 산하 실무위원회에서 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ATSC 3.0을 수신하는 셋톱박스 설치 등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비용이 문제다. 정부는 수익자인 제조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제조사는 정책 혼선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협의회에 참여하는 정부의 한 관계자는 “표준 후보 기술을 비교해 한국 실정에 맞는 기술을 선정할 계획인 가운데 변수의 하나가 소비자 보호 측면”이라면서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용부담 문제에는 아직 논의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는 제조사가 전액 부담할 때를 우려한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판매한 UHD TV만 100만대 이상이다. 올해 판매할 제품을 합치면 수량은 더욱 늘어난다. 특히 북미 등 해외에 판매한 제품도 앞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때 국내 사례가 준거로 될 수 있어 신중한 정책 결정이 요구된다.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표준 방식 혼란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 만큼 부담을 분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국내 사례를 근거로 수출 제품까지 업그레이드해 준다면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