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타난 동물 때문에 방향을 급히 틀어야 하던 순간,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국도에서도 마주 오는 차 때문에 상향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던 순간, 고속도로에서 앞차가 갑자기 정지하면서 충돌할 뻔 하던 순간….
운전자라면 뜻하지 않게 겪는 위험한 순간이 많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이러한 위태위태한 순간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설령 위험한 순간이라 해도 피해를 스스로 최소화하는 `안전` 기능이 대거 탑재되고 있다. 운전 초보도 위험한 순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게 돕는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이 그것이다. 차로 이탈 방지, 차 간 거리 유지, 사각지대 보완 시스템과 같은 ADAS 기본 기능은 이미 중형은 물론 경차에까지 적용할 만큼 대중화됐다. 고급 차량은 자율주행 수준에 올랐다고 할 정도로 기능이 정교해졌다.
◇진화하는 ADAS, 안전부터 편의까지 책임진다
차량 앞뒤는 물론 옆 차로에서 달리는 자동차나 장애물을 감지해 위험을 알려 주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최근 출시된 플래그십 차량에는 그 이상의 기능이 들어 있다. 이제는 초보도 쉽게 운전 및 주차하고, 위험 상황도 거뜬히 피할 수 있도록 자동차가 도와준다.
아우디 `더 뉴 Q7`은 전방 충돌을 감지한 뒤 알림은 물론 이를 피하기 위한 스티어링까지 돕는 기능을 탑재했다. 충돌을 피하고자 옆 차로로 급히 옮기려고 했지만 충분한 스티어링이 되지 않았을 때 자동차 스스로 힘을 더해 회피 가능한 수준까지 휠을 돌려 준다.
BMW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과 플래그십 세단 `뉴 7시리즈`에 장착된 BMW 레이저라이트는 눈부심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산뜻하게 자동차 앞길을 비추는 헤드라이트다. 야간에 시속 60㎞ 이상 속도로 주행할 때 하이빔 어시스턴스 버튼을 누르면 전방 차량이 없을 때 기존의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보다 갑절 넓은 600m로 조사 범위가 넓어진다. 앞차의 눈부심도 최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운전자는 다가오는 앞차 때문에 상향등을 켰다 껐다 할 필요가 없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완전 변경하면서 자동차 내·외부 디자인뿐만 아니라 각종 안전 기능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사고가 어쩔 수 없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자동차는 운전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기능까지 확보했다. 벤츠 고급 차량에 들어가는 `프리세이프` 기술은 사고 시 운전자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각도에서 에어백이 터질 수 있도록 시트를 포함한 자동차 구조물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도록 했다. 렉서스 `뉴 RX`는 주행시스템을 통합 컨트롤하는 기능과 차량자세 제어 장치가 모두 연동돼 있다. 주행 중인 노면과 운전 상황에 따라 안전 장비를 작동, 운전자를 보호한다.
ADAS는 운전자가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을 넘어 반자율 주행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달 초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한 볼보 `XC90`은 반자율 주행 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를 탑재했다.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앞차를 따라가는 기능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기술이다. 시속 130㎞ 이하 속도에서 스티어링 휠을 부드럽게 조향해 앞차가 없는 상황에서도 차로 이탈 없이 자동차 스스로 도로를 달리게 해 준다.
아우디 Q7과 BMW 7시리즈에 들어간 교통 체증 지원 시스템도 편의를 제공하는 ADAS다. 가속과 제동을 번갈아 해야 하는 막히는 길에서 자동차 스스로 운전자를 대신해 가속, 제동, 조향을 한다. 막히는 길에서 늘어나는 운전자의 피로를 줄여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네시스 `EQ900`도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스스로 차선을 감지하면서 스티어링 조작까지 하는 반자율 주행을 구현, 주목 받았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속도 제한까지 맞춰 편리함을 더했다.
◇차로 이탈 방지, 측방 경고 시스템 등은 이미 대중화
3~4년 전만 해도 차로를 변경할 때 사각지대에 차가 있는지 알려 주는 측방(사각지대) 경고 시스템과 차로 이탈 경고 시스템 등은 고급 차량에만 장착됐다. 이러한 기능은 이제 ADAS 기본이 됐다. 고급 차량은 물론 중형과 경차까지 일부 기능이 들어갔다.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에는 차로 이탈 방지 시스템이 들어가 있어 운전자가 잠깐 한눈팔면서 차로를 이탈할 때 경보를 울려 준다.
쉐보레 중형 SUV `캡티바`에는 사각지대 경고시스템과 후측방 경고시스템이 탑재됐다. 후측방 경고 시스템은 자동차가 후진할 때 레이더 시스템으로 감지된 주변 사물과 차량 접근을 경고한다. 주차장에서 후진할 때 운전자가 잘 볼 수 없는 후측방까지 감지하기 때문에 안전운전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다.
황준하 한국지엠 전무는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 안전까지 생각한 기능”이라면서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 중형세단 `SM6`에도 안전 기능이 대거 탑재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차 간 거리 경보 시스템 등까지 기본으로 제공한다. 안전 운전을 위한 헤드업디스플레이도 장착됐다.
SM6와 캡티바에는 중형 차량에서는 볼 수 없는 조향 장치에 R-EPS를 적용, 스티어링 휠 응답성을 높인 점도 주목된다.
◇주차도 걱정없다
여름에 선보일 BMW 뉴 7시리즈 차량에는 리모트 주차 기능이 들어간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리모컨 키 조작만으로 차량을 주차한다. 차량에 탑재돼 있는 센서가 장애물과 주차 공간을 알아서 인식, 스스로 주차를 해 준다. 주차를 잘하지 못하는 많은 이에게 충분한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플래그십 SUV인 Q7에도 주차를 돕는 시스템이 있다. 자동주차 시스템 실행 시 초음파 센서 12개를 이용해 주차 공간 연속 측정, 도로 양쪽 연속 측정, 현재 차량 위치 데이터 계산 등을 이용해 가능한 모든 주차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제시한다.
볼보 올뉴 XC90에 적용된 볼보 최신 자동주차 기술인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도 주차 보조 기능이다. 차량 전면과 후면에 설치된 초음파 센서 네 개가 주차 가능 공간을 감지해 센터 콘솔 대형 화면으로 평행 및 직각 주차 가능 여부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운전자에게 알려 준다. 시속 30㎞ 미만 속도에서 스티어링 휠을 자동으로 조작, 운전자는 별도로 핸들에 손을 대지 않고도 엑셀과 브레이크 컨트롤만 하면 간편하게 평행 주차를 마칠 수 있다.
인스크립션 트림에는 협소한 공간에서의 주차를 돕는 360도 카메라를 장착했다. 차량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네 대가 시속 10㎞ 미만 속도에서 전송해 주는 이미지를 하나로 조합, 센터 콘솔 대형 화면에 송출한다.
BMW 서라운드 뷰 시스템도 컨트롤 디스플레이에 `톱 뷰(Top View)`와 `3D 뷰(3D View)`를 각각 제공한다.
어라운드 뷰를 제공하는 중소기업도 많다. 이미지넥스트는 비포와 애프터마켓용 어라운드 뷰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주차할 때 주변 상황을 모두 체크해 줄 뿐만 아니라 주행 시에도 차량 주변의 360도 뷰를 제공, 블랙박스까지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