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막 한복판. 길이 8㎞, 폭 1.8㎞로 여의도 4배에 달하는 부지에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2만여명 인력이 구조물 사이를 오가며 일한다. 우리나라 첫 수출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이 조금씩 모습을 완성해가고 있다. 지난 2010년 1월 첫삽을 뜬 1호기가 지난달 건전성 평가를 시작, 내년부터 순차적 준공을 앞뒀다.

UAE원자력공사(ENEC)가 바라카 원전 현장 모습을 우리나라 기자에게 첫 공개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1급 보안시설로 지정한 원전을 외국 취재진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10년부터 원전 건설로 6년 넘게 쌓아온 한-UAE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바라카 원전 외형은 막바지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건전성 평가에 들어간 1호기는 외형상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옆에 지어지고 있는 2호기도 원전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돔 구조물이 꼭대기까지 올라섰다. 1호기는 올 가을에 핵연료를 장전한 후 내년 5월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3·4호기도 구조물 공사가 한창이다.

현장 근무 인력만 2만여명. 인도, 네팔, 파키스탄 등에서 몰려든 공사인력이다. 우리나라 인력만 3000여명이 파견됐다. 시공 및 관리 책임 핵심인력들이다. 상업 가동이 임박하면서 현장 근무인력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호기부터 4호기까지 종합공정률은 약 61% 수준으로, 예정대로라면 약속된 기간 내 준공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UAE는 물론 인접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수출될 예정이다.
UAE 바라카 원전은 또 하나 중동 신화 금자탑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가 UAE 원전 사업을 수주했을 당시만 해도 세계 원자력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동시에 4기 원전을 지어야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글로벌 원전시장 새내기인 한국이 완수하기 버거울 것이란 비아냥이었다. 사막 한복판이라는 악조건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더해졌다. 하지만 3세대 원전 중 계획대로 세워진 곳은 바라카가 유일하다.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UAE는 6~9월을 혹서기로 지정해 옥외 공사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모래폭풍과 제3국 인력에 대한 노무 관리도 고민 중 하나였다. 처음엔 사막에 컨테이너 10개를 놓고 시작할 정도로 여건이 열악했다. 라마단 기간에는 물도 마시지 못하는 작업자 체력관리도 변수였다. 이런 악조건에도 지난달까지 공사 일정이 계획보다 지연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우리 원전 시공능력을 실력으로서 증명한 셈이다. 지금은 바라카 원전이 세계 원전시장에서 벤치마킹 모델로 자리 잡아 많은 세계 원자력 관계자의 견학 코스가 됐다.
공사가 계속되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하고 있다. UAE 정부와 ENEC는 한국 기술자들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더 많은 한국 인력이 장기간 근무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엔 우리 대학생 30명을 인턴으로 채용해 겨울방학 현장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수행했고 지난해에는 15명의 한국 청년인력을 직접 채용했다.
UAE 원전의 경제 효과는 직접 수출 21조원, 관련 산업 파급 효과 34조원, 발전소 운영 및 설비 교체 등 후속 수출효과 72조원으로 추정된다. 아직 완성 전이지만 관련 수출유발 효과는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협력 업체 참여가 대표적이다. UAE 원전에는 현재 80여개의 한국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간혹 기자재가 약속된 납기에 도착하지 못하는 때도 있지만, 시공에 영향만 없다면 납기를 연장해 최대한 상생을 이끌어낸다.
중동은 석유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시장이다. UAE는 바라카 1~4호기에 이어 후속 호기를 검토 중이고 사우디와 이집트, 이란도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이다. 바라카 원전 공사가 최종 마무리까지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현지 트랙 레코드와 호환성 부문에서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희용 한전 원전수출본부장은 “원전은 건설 10년, 운영 60년 이상, 폐기 100년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라며 “파급효과와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우리 다음 3세대까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 바라카 원전 인력 현황
자료: 한국전력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