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IC 업체인 멜파스가 중국 기업에 매각된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천명한 중국이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업체를 겨냥하고 있다.
멜파스는 29일 중국 강서연창규곡투자유한공사(이하 강서연창규곡) 대상으로 약 181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신주 발행 규모는 328만주다. 주금 납입 시 강서연창규곡은 15.43% 지분을 확보, 멜파스 최대주주가 된다.
멜파스에 따르면 강서연창규곡은 중국 상장사 강서연창전자과기주식회사와 규곡천당 등 기업으로 구성된 반도체 발전 투자기금을 운용한다. 납입 투자금은 중국 장시성의 주요 기업과 정부가 참여한 `강서통신집성회로산업발전기금`으로 전해졌다.
멜파스는 2000년 2월 설립됐다. 스마트폰에서 터치 기능을 구현하는 반도체칩(IC) 전문 업체다. 멜파스는 터치IC를 개발, 성장했다. 센서, 필름, IC 등을 결합한 터치스크린패널(TSP)로 외형을 확대하다가 기술 트렌드 적응에 실패하며 실적이 악화됐다.
멜파스는 2014년 구조조정을 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들어 회복 기미를 보였다. 주로 저가형 스마트폰에 터치IC를 공급하고 있다.
멜파스 지분 매각은 경영난으로 고충을 겪는 국내 팹리스 업체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된 결과로 풀이된다.
멜파스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술을 전수 받아 사업화를 하겠다는 의지에서 중국 펀드가 투자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6월 `국가집적회로발전추진요강`을 발표하면서 총 1200억위안(약 2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중국 국영 반도체 업체인 XMC와 중국 칭화대 산하 칭화유니그룹 등이 대규모 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중국 물량 공세에 국내 반도체 업체, 특히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은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국내 코스닥에 상장한 팹리스 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투자 유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멜파스 매각과 같은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멜파스에 앞선 지난해 4월 국내 D램 설계 업체인 피델릭스는 중국 동심반도체유한공사에 매각된 바 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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