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옮겨가는 `하이파이(Hi-Fi)`

`하이파이(Hi-Fi)` 오디오가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고가 오디오 전유물처럼 여겨진 하이파이 기술이 스마트폰에 속속 접목되면서 음질 경쟁이 불붙었다.

국내에서 스마트폰에 하이파이 기능을 적극 채택하고 있는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V10을 출시하면서 32비트(bit) DAC를 넣었다.

ESS DAC칩 모습
ESS DAC칩 모습

DAC는 `Digital to Analog Converter`의 약자로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꿔주는 반도체 칩이다. 디지털 음원은 DAC와 소리를 증폭하는 앰프를 거쳐 귀에 전해진다. 이 DAC 성능에 따라 음질에 차이가 생긴다.

과거 스마트폰에는 16비트 DAC가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24비트/192kHz 이상의 고음질 음악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DAC 성능도 발전, 현재는 32비트 칩이 부상하고 있다.

소리는 진폭과 진동수로 표현된다. 비트(bit)는 진폭, 헤르츠(㎐)는 진동수 단위다. 두 숫자가 높을수록 음질이 좋다.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뜻하는 `하이파이(Hi-Fi)`는 통상 24비트/192kHz 이상 음원 재생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LG전자 V10이 하이파이 스마트폰으로 불린 것도 24비트/192kHz 고음질 음원 재생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31일 출시할 스마트폰 G5 음악 모듈도 이 같은 점에서 하이파이 기기다. 미국 오디오 반도체 전문 업체인 ESS의 DAC(ES9028)을 장착, 32비트/192kHz를 지원한다.

LG전자와 뱅앤올룹슨이 합작한 G5 사운드 모듈 `LG 하이파이 플러스`
LG전자와 뱅앤올룹슨이 합작한 G5 사운드 모듈 `LG 하이파이 플러스`

국내에선 LG전자가 하이파이 오디오를 스마트폰에 적극 접목하고 있지만 이미 중국에선 하이파이 스마트폰이 주류로 떠올랐다. 샤오미 `미노트`, 비보 `X5맥스`, 메이쥬 `프로5` 등 지난해 출시된 프리미엄폰이 32비트 오디오를 지원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스마트폰 시장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신기술 도입 후 하이파이 바람이 오히려 역으로 국내 전이되는 양상이다.

하이파이 오디오를 지원하는 중국 메이주 스마트폰(출처: 메이주)
하이파이 오디오를 지원하는 중국 메이주 스마트폰(출처: 메이주)

하이파이 오디오가 스마트폰에 접목되고 있는 건 고음질 음악에 대한 수요 증가 때문이다.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스마트폰 업체의 제품 차별화 고민에 배경이 있다.

음악을 듣는 중심 매개체가 가정 내 오디오에서 스마트폰으로 무게를 옮겨왔고,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듣고자 하는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오디오 성능이 중요해졌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상향평준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별화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어서 제조단가 상승 부담을 짊어지고라도 고성능 오디오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성연국 ESS테크놀로지코리아 사장은 “차별화를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와 오디오 전문회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디오칩 성능도 64비트까지 발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