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인공지능 시대의 만남과 관계](https://img.etnews.com/photonews/1603/787309_20160330141506_272_0001.jpg)
가는 곳마다 인공지능(AI)이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생활과 산업 현장에 촘촘한 사물인터넷(IoT) 그물이 형성되고 다양한 빅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분석·응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라”고 말한 빅데이터 전문가의 의견에 공감한다. 관찰에서 오는 깨달음은 결국 엄청난 데이터 간의 `관계`를 통해 알아내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 같은 AI 시대에서 요구되는 기술은 관계를 파악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통찰력이다. 그런데 더 어려운 문제는 이렇게 포착된 통찰력의 `실행`이다.
통찰력의 사인이 매우 파괴적(disruptive) 변화의 실행을 요구할 경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기존의 밑천은 어쩔 것인가. 그리고 통찰력 실험이 실패하면 그것은 또 어쩔 것인가. 핀테크, 헬스케어, 각종 스마트기기부터 AI 때문에 없어질 것이라는 직업, 마케팅, 신제품, 비즈니스모델까지. 특히 이들을 지원하는 정보기술(IT)은 백오피스에서 기존의 공들인 자산을 잘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통찰력이 제시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재빨리 새로운 IT로 구현해 줘야 한다.
누구도 해 본 적 없었을 통찰력에 대한 검증은 실제로 비즈니스로 해 보는 것이기에, IT는 이를 새롭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로 구현해 보니 아닐 경우, 잽싸게 관련 IT를 비용효율적으로 퇴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 리서치기관 가트너에서는 이러한 시스템과의 관계설정을 바이모들 전략(bimodal IT)이라고 표현한다. 바이모들이란 `모드(mode)를 둘 가진` `두 가지 시스템이 있는`이라는 뜻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점점 더 파괴적이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이런 체제에 탄력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원론으로 나눠서 조직을 운영하되 기본의 오퍼레이션에 충실할 수 있는 조직과 마치 `닌자`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실험에 대해 치고 빠질 수 있는 조직을 유기적으로 운영하고, 이에 걸맞게 IT적 아키텍처도 치고 빠지게 탄력 운영하라는 충고다.
시스템과의 만남에 있어 `헤어짐이 반복될 것`을 이제는 기존보다 더 염두에 두라는 의미로 보인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트렌드가 책에 나오는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실제 기업의 비즈니스 예시와 사례를 경험하고 데이터를 창의적으로 다뤄 봄으로써 책에서 원래 가르치려고 한 궁극의 메시지를 본인이 직접 깨달을 때 기뻐한다.
그렇게 다양한 사례와 데이터를 만나고 떠나 보내길 반복하면서 헤어짐의 결론으로 본인의 `진로`와 직접 연결될 것 같은 어떤 포인트를 발견했을 때 학생들에게 강의는 선물이 된다. 그래서 요즘은 AI가 초대하는 만남과 헤어짐의 세계에서 어떻게 헤어져야 하는지를 더 고민한다.
미국 하버드대 인기 강의이던 마리 루티 교수의 사랑학 수업에서는 `연인이 우리 삶에 들어올 때뿐만 아니라 떠날 때도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잘 만날 뿐만 아니라 또한 잘 헤어질 수 있도록 처음부터 고민해 보는 것이다. AI 시대에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만남과 관계의 단면이다.
유은정 연세대 연구교수·박사 eunjung.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