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대박전자 강 사장은 미국 전자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외국인 인재 리처드 박사를 어렵게 영입했다. 공들여 데려온 인재인 만큼 돈도 제법 주고 여러 부분에서 배려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리처드 박사는 하소연만 한다. 긴 근로시간, 엄격한 위계질서 등 우리 기업의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겠다고. 강 사장은 리처드 박사가 이러다 퇴사하겠다는 말까지 할까 봐 걱정이다. 어렵게 뽑은 외국인 인재의 문화 벽을 줄여 주는 방법, 어디 없을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요즘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외국인 인재를 뽑는 데 적극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일하는 우수 외국인 인력이 점점 늘어나 이제는 2만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다수가 한국 기업 문화와 업무 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소리까지 한다.
문화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거니 한국 기업은 이들을 그냥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3단계 맞춤형 관리로 외국인 인재의 문화 차이를 해결해 줄 수 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자세히 살펴보자.
1단계. 입문교육은 외국인 인재 눈높이에 맞춰 진행하라.
그들 문화와의 다름을 이해하고 핵심가치, 기업문화 등을 차근차근 친절하게 소개해 준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토요타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매년 우수 외국인 인력 약 120명을 선발해 본사 교육기관인 토요타 인스티튜트에서 2주 동안 합숙교육을 진행한다. 이때 문화 통역자 역할을 가진 전담 인력을 투입한다. 이들의 역할은 문화 차이로 인해 회사의 핵심 가치나 문화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1대 1로 붙어 자세한 설명을 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웬만한 건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외국인 인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에게 “토요타가 정한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지식형 교육이 이뤄지면 어떨까. 아마도 왜 그래야 하는지 쉽게 납득이 안 갈 것이다. 그때 그는 자신의 전담 문화 통역자에게 이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직원은 일본 특유의 문화와 조직 구조 등을 설명, 외국인이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토요타는 이를 통해 외국인 인재가 입사 시 겪는 문화 충격과 당혹감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2단계.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외국인 인재는 끼리끼리 모아 줘라.
미국 조직문화 전문가인 마이클 셸은 저서 `Managing Across Cultures`에서 “외국인 인재가 다른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평균 1년 이상 안정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들에게 다른 외국인 직원과 함께 어울려 다니면서 서로 어려운 점도 하소연하고 배우기도 할 수 있는, 1년 정도 적응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삼성은 아예 외국인 인재로만 구성된 팀을 별도로 만들었다. 삼성은 외국인 인재를 적극 선발하기 시작했을 당시 상급자의 영어 실력 부족으로 그들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거나 그들이 한국인 동료와 잘 어울리지 못해 이직률이 매우 높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7년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글로벌전략그룹을 만들었다. 외국인 직원 가운데 핵심 인재라고 판단되는 사람을 부서에 배치시켜 해외시장 조사, 해외 진출 등 사내컨설팅 업무를 맡겼다. 2년 정도 이 부서에서 근무한 외국인은 국내 기능별 부서로 재배치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인재는 언어 및 문화 차이를 수월하게 극복했고, 삼성은 처음부터 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돼 서로 윈-윈할 수 있었다.
3단계. 현업에서도 잘 적응하도록 지속해서 팔로업하라.
현업에 투입돼 일을 본격 시작하는 외국인 인재는 실제로 얼마나 우리 문화를 잘 받아들이고 극복하고 있는지 지속해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 글로벌 보험사 푸르덴셜이 대표 사례다. 푸르덴셜은 기업 내에 글로벌 인재관리 전담 조직인 `다문화 그룹`을 만들어 외국인 인재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이(異)문화 적응 진단 툴인 `Overseas Assignment Inventory(OAI)`를 활용, 문화 적응 정도를 객관화해 파악하고 있다. 이 툴은 외국인 직원 개개인이 △문화 차이를 얼마나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이문화에 대한 지식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등을 객관화한 지표로 보여 주고, 전담 조직에서는 이를 토대로 개개인에 꼭 맞는 훈련 및 적응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문화 이해가 덜 된 사람에게는 문화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교육, 지식은 많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워크숍을 통해 업무 방식을 익히는 교육을 각각 진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도입한 이후 외국 인재의 회사와 업무에 대해 만족하는 정도가 90%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여러분도 우리에게 큰 보탬이 되어 줄 것만 같던 외국인 인재가 회사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고민인가. 그렇다면 문화 차이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세 가지 단계로 관리해 보자. 한국인의 정신이 담긴 외국인 인재로 거듭나 오랫동안 여러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것이다.
정리=배윤정 IGM 글로벌 비즈킷 해외사업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