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 R&D 투자의 질을 높일 때다

우리나라가 최면에 빠져 있는 분야가 있다. 몇 년째 우려먹고 있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세계 1위다. 1위가 나쁠 것은 없다. 다만 비중뿐만 아니라 내용과 질까지 1위인지는 다시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30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간한 `우리나라 과학기술 주요 지표 한눈에 보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R&D 비중은 4.29%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자랑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한 발짝만 더 들어가 보면 같은 시기 중국은 GDP 대비 비중이 우리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5%에 불과했지만 금액으로는 2118억달러로 우리나라 605억달러에 비해 3배가 넘는다.

지난 2001년 중국 R&D 투자비가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추월한 뒤 14년 만에 우리의 3배 넘게 치솟은 것이다. 우리가 제조업과 기술 분야 전반의 우위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어쩌면 양국 R&D 투자에서 고스란히 나왔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 32년(1982~2013년) 동안의 누적 투자액을 보더라도 한국이 1이면 미국은 15.4, 일본은 7.4에 이른다.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기술의 질도 따져볼 문제다. 정부가 애써 논문, 특허 등의 수치 개선을 내세워 투자가 헛되게 쓰이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기술 수출과 사업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하위권을 맴돈다. 기술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해외시장에 팔리지 못하면 논문과 특허 등의 수치 개선이란 결과는 사실상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에서 만든 기술이 매년 수백조원의 사업과 기업 가치로 쌓이는 것도 우리는 부러울 따름이다.

GDP 투자 비중 1위의 순위 환상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대한민국 연구자들이 논문·특허에 매달리지 않더라도 사업화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 사업화와 R&D 투자 확대에 따른 기술 수출을 강화해야 한다.